‘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정은혜 작가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카메라는 ‘발달장애인’이 아닌 ‘작가’에 초점을 맞춘다. 장애인으로서의 존재론적 고난보다는 작가로서의 직업적 분투를 그려내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정 작가의 일상을 구경하거나 전시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본다. 지켜보고, 동행하고, 응원한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합일을 이룬다.
반면에 관객으로부터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양산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들은 대개 장애인의 고통에 천착한다. 사회 고발의 차원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영화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좋은 영화는 장애인의 고통을 추출하듯 뽑아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살아갈 날들의 지속가능성을 말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그들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밝게 하는 데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시러큐스대에서 여성과 젠더, 장애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은정 교수는 최근 출간한 책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에서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폭력적으로 서사화해 온 한국의 문화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장애인을 반드시 치유해야 하는 존재로 타자화하는 폭력을 거두고,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조건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의미를 “낫지 않으면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압력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그리고 장애와 질병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상상하기 위한 작업의 일부”라고 정의한다. 장애와 질병을 낫게 하는 행위 자체가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는 치유라는 행위로부터 완성되는 정상성에 의문 부호를 던지고, 그 정상성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을 보듬는 데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장애를 무조건 극복하고, 치유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게 ‘니얼굴’과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을 관통하는 내용이다. 이어 두 작품 모두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을 말한다. 장애를 가진 몸이 우리 사회에서 그 자체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건강한 사회는 나와 타자를 편견 없이 바라볼 때,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