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긴축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자리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만은 말했다. 이번 인플레이션도 중앙은행이 코로나 위기 대응으로 통화량을 과도하게 증가시켜서 발생한 것이다. 양적긴축은 채권시장에 공급의 초과로 이어져 채권가격은 하락할 일만 남았다.
결국 채권 매수의 주요 참가자인 기관투자자는 채권수익률의 저하로 인해 그동안 투자해 온 국채에서 다른 대체투자로 돌리게 된다. 그 결과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금융시장에서 통화량은 감소하게 된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에서 자금 상황이 빠듯하게 되면 기업이나 금융회사, 은행 등은 이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수용하거나, 만약 이를 수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험한 고금리 채권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고금리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도산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의 회사채시장에서 신용평가 등급이 낮은 회사채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3% 수준이었는데, 6월 22일 기준 5.3% 이상으로 급등하였다. 이렇게 높은 회사채 금리는 코로나 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며 기업에 이자 부담을 가중하는 악재이다. 사실 많은 한계기업들이 코로나 위기로 인해 낮은 영업이익이나 적자에도 불구하고 저금리라는 우호적인 환경과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겨우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기업들이 이전보다 2배 이상의 높은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하나씩 파산하게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파산하게 되면 실업을 증가시키고, 급기야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함께 나타날 것이다.
양적긴축과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또 다른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정부는 새로 발행하는 국채에 대해서는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만기가 도래한 채권은 고금리의 새로운 채권으로 연장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연준의 물가안정 정책에 호응하여 국채를 이전보다 적게 발행해야 한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위기 극복 대응, 반도체 투자, 클린에너지 정책 등으로 재정확대 정책을 지속하려고 한다.
불행하게도 바로 여기서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과 미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충돌하게 된다. 한쪽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막으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본래 의도는 아니겠지만 인플레이션을 강화하게 된다. 이처럼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정책 결정은 미래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결과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 현재 달러통화가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강세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달러의 화폐구매력은 감소하고 있다. 내년에 산업생산은 경기침체로 감소할 것이고 이에 따라 고용사정도 나빠질 것이 뻔하다.
바이든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하면 할수록 연준은 금리인상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아마도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 길을 가고 있지 않은지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