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TDF 기반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TDF 액티브 ETF 10개 종목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번에 상장한 종목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TDF2030·2040·2050 액티브’,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히어로즈 TDF2030·2040·2050 액티브’,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TDF2030·2040·2050·2060 액티브’ 등이다.
다음 달 12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따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는 가운데, 투자자의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절해 투자해주는 TDF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더라도 회사와 근로자가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애주기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기제가 내재된 TDF의 운용 구조가 디폴트옵션에 가장 부합하다”고 말했다.
그간 TDF는 일반 공모펀드 형식으로만 나왔는데, 처음으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로 출시됐다. 기존 펀드보다 총보수가 저렴하고,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 ETF의 강점을 그대로 담았다. 환매에 약 10영업일이 소요되는 펀드와 달리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공동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자산 배분 곡선)’를 적용했다. 포트폴리오는 환 오픈형 글로벌 주식과 국내 채권으로 구성된다. 주식 비중은 80%로 시작하고, 은퇴 시점 30년 전부터 1.6%포인트씩 감소하도록 설계됐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기존 TDF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를 적용하고, 환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 채권의 투자 비중을 높였다.
한화자산운용은 모닝스타와 함께 글라이드 패스를 개발했다. 국내 채권까지 편입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였고, 목표 은퇴 시점을 2060년에 맞춘 상품을 최초로 출시했다.
또한 이날 상장한 TDF ETF는 모두 액티브형으로 설정됐다. 국내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는 0.7로,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비교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 본부장은 “글라이드 패스뿐만 아니라 액티브 전략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며 “선진국 주식은 미국 대표 지수 ETF로, 신흥국 주식은 한국 대표 지수 ETF로 일부 비중을 대체하는 등의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ETF가 가진 매매의 편리함이 장기 투자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 비중이 바뀌기 때문에 잦은 매매는 지양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매도하지 않고 꾸준히 납입해야 TDF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