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공격하는 당내 인사들과 거침없는 충돌을 이어오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돌연 잠행에 들어갔다.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가 임박한데다 ‘친윤’ 인사들에게 포위되면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측이 당무와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입장임이 확인되자 현 국면을 돌파할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번에는 스스로를 위기에서 구할 ‘비단 주머니’를 꺼낼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28일 공식일정을 모두 비우고 물밑활동을 이어갔다. 당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이날 당내외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고 오찬과 만찬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각종 현안과 자신을 향한 친윤계의 공세에 거침없이 대응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지난 27일에도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친윤계의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게(윤 대통령 의중과 친윤계의 생각) 같으면 큰일 난다고 본다. 그게 같으면 나라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박 또는 진실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당을 완전히 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었겠나”라고 당내 친윤 인사들을 ‘진박’에 비유했다.
김정재 의원이 이 대표가 5명의 혁신위원을 추천했다고 한 데 대해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사실”이라며 “혁신위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 끝까지 흔들려고 하는 모습이 의아하다”고 응수했다.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은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부재에 따른 ‘숨 고르기’라는 평가를 내놓는다.이 대표는 자신과 친윤 세력간의 갈등을 해결할 사람은 윤 대통령뿐이라고 보고 있으며, 윤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원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측에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에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유럽을 순방중인 윤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는 ‘신중 모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깜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지난 대선때 언급했던 ‘비단 주머니’처럼 예상치 못한 대응방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지 않고 있는 만큼 여론을 활용해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윤 대통령과 당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등 당내 분란이 여론에도 악영향을 주는 만큼 돌출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이 대표 특유의 ‘묘수’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시점은 아닌 듯 하다”면서 “오히려 당분간은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제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