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기후 위기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곡물 수출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곡물 수입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면서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농가 경영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내놓은 '식량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출금지와 수출허가제, 관세 등 세계 각국이 발동한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는 57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조치는 45건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수출제한 조치가 36건임을 고려하면 수출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 비중은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제한에 따른 국제가격 상승은 수입가격과 국내 물가에 연쇄적으로 영양을 미치고 있다" 분석했다.
주요국의 수출제한 조치로 국제 곡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45%, 유지는 30%, 비료는 80%가 올랐다. 우리나라가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식량 물량은 전체 수입량의 16.9% 수준이지만 수출 제한에 따른 국제 가격 상승이 수입 식량 가격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사료는 13.6%, 가공 식료품 6.1%, 육류 및 낙농품은 6.0%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민생안정 대책으로 무기질비료 인상 차액 지원과 돼지고기 할당관세 등을 내놨다. 하지만 농업계는 이 같은 대책이 농가 경영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한 축산농가 관계자는 "사료 가격이 올라 농가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료구매자금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돼지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농가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며 "비료 인상 차액 지원도 이차보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주요 기초 식량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수입선 다변화를 통한 효율적인 해외식량 조달체계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