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생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명계좌 미발급으로 원화마켓을 운영하지 못하는 만큼 추가 사용자 유입이 어렵고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없어서다. 해당 거래소들의 이사회 내부에서는 엑시트(exitㆍ출구) 전략에 대해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힘을 얻고 있다.
2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5대 거래소(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ㆍ코빗ㆍ고팍스)를 제외한 21개 가상자산 거래업자들의 24시간 거래량은 1억 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량을 집계하는 코인마켓캡에도 잡히지 않거나, 거래량 제로(0)를 기록하는 거래소도 있었다. 거래수수료로 평균 0.15~0.25% 안팎의 거래수수료를 거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수십만 원 안팎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하는 셈이다.
중소형 거래소들은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담론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 개선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당정 간담회, 금융감독원의 가상자산 리스크 협의회,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협의 등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대선 이후 가상자산 전문은행 도입 등으로 실명계좌 발급 물꼬가 트이나 했는데,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황"이라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들은 기존 금융회사들과 협업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데 현 중소형 거래소들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 전까지는 지방은행과 손잡고 실명계좌를 받을까 했는데, (전북은행과 제휴한) 고팍스가 뚜렷하게 거래량 개선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라며 "신규 투자자 유입이 쉬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연이 필요할 텐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뿐 아니라 기업 매각이나 수수료 인하 등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대표가 최대 지분을 갖지 못한 거래소의 경우 적극적으로 지분을 매각, 엑시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이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 C씨는 "현재 신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전무한 만큼, 특금법 라이센스가 있는 거래소 몸값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영진들이 있다"라면서 "가상자산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고 신규 비즈니스 개발 여력도 없어 빨리 털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여러차례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지만,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만큼 여의치 않다는 토로 또한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 D씨는 "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나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종합 검사를 문제없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검사를 기다리는 거래소가 많다"라며 "사내 자금세탁방지(AML) 교육을 하거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사회에서는 돈먹는 하마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 금융시장 경색으로 투자 유치도 엑시트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