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또 다시 충돌했다. 이날 출범한 혁신위원회 위원 추천을 놓고서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등이 착잡한 표정으로 뒤이어 회의장을 떠났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배현진 최고위원 뒤에 '윤핵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사람의 충돌조짐은 회의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이 악수를 청하자 눈을 마주치지 않고 손사레를 쳤다. 배 최고위원이 거듭 팔을 뻗어 손을 맞잡자 이 대표는 이를 뿌리친 뒤 자리에 앉았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치며 응수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조수진 최고위원 등이 모두발언을 마친 뒤 이 대표는 이날 회의를 공개회의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와 조수진, 배현진 최고윈원이 비공개 전환을 주장하면서 결국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가 시작된지 20여분만에 이 대표가 문을 열고 나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회의장을 떠났다.
뒤따라 나온 권 원내대표는 "현안이 없다"고 말을 아낀 뒤 서둘러 떠났다. 이어 나온 조수진 최고위원은 "대표가 늘 브리핑을 해왔고, 큰 따옴표 치게 끔 말했다"면서 "대표한테 모든 걸 물어보라"며 다소 뼈있는 발언을 남긴 뒤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혁신위에 관한 안건이 올라왔고,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당협위원장 등 당무관련 이야기가 나오면서 충돌이 시작됐다고 국민의힘 관계자가 전했다.
당 관계자는 이날 이투데이와 만나 "안은 문제 없었다"면서 "당무 관련 얘기하다가(이견이 노출됐다). 사무총장. 싸울 이슈가 전혀 아니다. 언쟁할 이슈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그는 당무와 관련해 다툼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협위원장을 새로 모집하잖아요"라면서 "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고, 설왕설래 하다가 이럴거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설왕설래의 대상이 누구였는지를 묻자 "다 아시는 분"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당협위원장 얘기만 하다 끝났다"면서도 "애매한 게 처음엔 당협위원장 얘기였는데, 마지막에 박차고 나갈 땐 혁신위원 얘기였다"고 했다. 이어 "배현진 최고위원은 1, 2번 추천을 했는데, 했다가 안 된 거잖요. 반려한 거잖아요"라며 "근데 이 대표가 방송에 나가서 끝까지 추천을 안 한 것처럼 얘기하시는 것에 (배현진 최고위원이)불만 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정을 떠나서 마지막까지 추천을 안 한 건 맞으니까 설왕설래 한 것"이라며 "아무 내용도 없다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전날 있었던 윤리위원회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리위 관련 언급은 전혀없었다"며 "우리 당 얘기 하고 현안도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사람의 갈등 이면에는 '윤핵관'이 있다고 봤다. '배현진 뒤에 누가 있나'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특정 의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 사람말고 누가 또 있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