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항공사들의 곡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하는 대책을 내달부터 시행할 계획이지만 항공권 가격을 안정화하기엔 효과가 제한적일 것, 항공사들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7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달보다 3계단 오른 22단계가 적용, 거리별로 4만2900~33만9300원으로 전달(3만7700~29만3800원) 대비 최고 4만5500원 올랐다. 2016년 5월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다. 유류할증료는 예약 당시를 기준으로 항공권 가격에 포함돼 합산된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7월 동남아행 유류할증료는 1인 편도 기준 9만 원 수준이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18만 원, 4인 가족일 경우 약 72만 원 정도다. 코로나 이전(1인 편도 기준 약 1만5000원)에는 4인 가족 기준 약 12만 원대였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19일 항공운임 인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선 항공유의 할당 관세를 0%로 낮추는 대책을 꺼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를 긴급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내달부터 현재 항공유에 적용되고 있는 수입 관세를 3%에서 0%로 인하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민들께서 항공요금 등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항공요금 인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항공사들엔 유류세 인하 소식이 호재로 볼 수 있지만 국제선 사용되는 항공유는 비과세 항목이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거의 없다. 이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항공사 관계자는 “관세 인하에 따라 항공권이 내려가는 건 영향력 거의 없다”며 “항공권 가격 자체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격이 아니라 한계선이 명확히 존재하고, 공급과 수요의 문제인데 단순히 물가 이슈 때문에 이를 완화한다고 안정화 시킬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관련된 내용은 코로나 이전부터 항공사들이 몇 년 동안 계속 요구했던 사항인데, 정부는 이를 계속 외면하다가 ‘물가 오른다’, ‘항공권 가격 오른다’라는 말이 나오자 그제야 인하한다는데 시기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업계에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정부의 ‘면피용 대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B 항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3% 정도의 관세도 코로나 시기에도 매우 부담됐었다”며 “이로 인해 LCC들의 실적도 꾸준히 적자를 보였음에도 정부는 손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