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큰손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편의점 업체들이 백화점처럼 1인당 구매액이 높은 고객들을 우대하는 VIP 멤버십 제도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와인, 금융 서비스 등 고가 제품 구색이 늘어나면서 1인당 구매액이 높아지자 큰손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21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자사 주류 애플리케이션 와인25+(플러스)의 VIP(소믈리에 등급 이상) 고객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와인25 플러스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100만 원 상당의 와인 시음행사는 물론 위스키, 맥주, 스테이크 등 푸드 페어링과 함께 와인 관련 강의와 공연으로 구성했다.
GS리테일의 와인25플러스는 구매 금액, 구매 개수에 따라 우대 혜택을 차등화하는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루키 △매니아 △엑스퍼트 △소믈리에 △마스터소믈리에로 나뉘는데, 소믈리에 이상 등급을 받으려면 최소 125만 원어치 와인을 사거나 125병의 와인을 사야 하는 식이다. 최고 등급인 마스터 소믈리에 등급은 최소 250만 원 어치의 와인, 250병의 와인을 구매하면 36개월간 등급 유지가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와인을 많이 구매한 VIP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비공식으로 진행한 행사였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라면서 "앞으로 관련 행사를 더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GS25는 와인 이외에도 통합 VIP 멤버십 제도 '더 팝'을 운영하고 있다. VVIP, VIP, 패밀리, 웰컴등급으로 나뉘는데, 특급 고객도 늘고 있다. 론칭 초기 약 35만명이던 VIP등급 이상 회원 수는 지난달 100만 명을 넘어섰다.
BGF리테일의 CU도 2019년 업계 최초로 멤버십 등급제를 신설하고 멤버십 앱 '포켓CU'에 'CU VIP 혜택관'을 열었다. VIP 멤버십 회원 수 역시 10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다. 포켓CU의 전체 활성 회원 수가 약 31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3명 중 1명은 VIP 회원일 정도로 '충성고객=고액 구매고객'인 셈이다.
백화점에서 유행하던 VIP 멤버십 제도를 가성비 대표주자인 편의점이 이식한 건 신규 고객 유입과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족이 늘자 편의점 업계가 와인 판매에 공들이면서 객단가 높은 고객이 대거 늘어난 덕분이다. 백화점이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파티를 여는 것처럼, 편의점 역시 충성 고객에 특별 우대혜택을 극대화해 고객을 꽉 붙들어 매는 게 핵심이다.
실제 편의점에서 고객들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최근 CU에서는 주류 예약시스템인 'CU bar'에서 최고급 프랑스 5대 샤또 와인으로 구성된 550만 원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빈티지 세트'가 팔렸는가 하면, 지난해 설날 기획상품인 1595만 원 상당의 이동형 주택을 구매해 10년간 단건 구매로 가장 많은 포인트를 쌓은 고객이 등장하기도 했다.
GS25의 경우 VVIP, VIP 회원들은 편의점에서만 각각 약 48만 원, 17만 원을 쓴다. CU 편의점 역시 VIP 회원의 객단가는 일반 회원 대비 약 1.3배, 비회원 대비 2.5배나 높다.
CU 관계자는 "VIP제도는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록인 효과'에도 뛰어나다"라면서 "실제 VIP 회원이 ‘MY 단골 점포’로 지정한 점포들의 상권을 살펴보면 반경 300m 안에 타 브랜드 편의점이 위치한 경우가 약 34%에 달한다. VIP 고객들은 편의점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CU를 선택하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VIP 고객 유치를 위한 혜택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GS리테일은 VVIP 회원에게 매월 2500점, VIP 회원에게 매월 1000점의 리워즈 포인트를 제공하고, 특히 와인 VIP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행사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CU는 VIP 고객의 포인트 적립률이 2%대로 동종업계 대비 최대 1%포인트 높다는 점을 경쟁력 요소로 내세운다. 여기에 멤버십 앱인 '포켓CU' 내 'VIP 혜택관'에서 매월 인기 카테고리를 선정해 상품을 반값에 구입할 수 있는 VIP 전용 쿠폰을 발행해 준다. 매주 월요일에는 전국 점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을 선착순으로 지급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편의점 시장에서 VIP제도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라면서 “앞으로도 CU는 포켓CU의 기능과 혜택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