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망치 넘고, 2008년 급등기 4.7%도 상회할 듯
내달 금통위 빅스텝 가능성 묻자… 다양한 영향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5%를 크게 웃도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망 경로(상승률 연 4.5%)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며, 과거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의 4.7%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이처럼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면서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기자 설명회에서 “지난달 금통위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원자재가격 추이,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상승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해 보인다”고 밝혔다.
금통위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애초 예상보다 늦춰졌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국제 유가가 이달 120달러 안팎으로 크게 오른 사실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해외발 공급 충격의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경계했다.
그는 “이처럼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기반(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다음 달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6월 물가가 5% 후반에서 6%가 될 경우 빅스텝 가능성 열어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빅스텝을 할 것이냐는 것은 물가만 보고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며 “물가가 올라갔을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율에 주는 영향, 변동금리 채권이 많은 만큼 가계 이자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 위원들과 상의한 후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보는 연말 기준금리 전망(2.75~3.00%)이 합리적이라고 보는지에 대해선 “금통위까지는 아직 3주 시간이 남아 있어 그사이 새로운 정보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몇 퍼센트 성장하면 경기가 침체한 것인지 여러 견해가 있지만, 우리(한은)가 파악하기에는 올해 성장률이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웃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