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내에서 손흥민을 다시 만날 수 있겠습니다. 손흥민이 소속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다음 달 방한해 두 차례 친선경기를 펼칠 예정인데요.
토트넘은 7월 13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주축 선수들로 꾸려질 ‘팀K리그’와 첫 번째 경기를 가진 뒤, 16일에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스페인 라리가 명문 세비야와 맞붙습니다.
세계적인 팀들의 내한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뜨거운데요. 특히 토트넘-세비야전의 경우 20분 만에 티켓이 매진됐습니다. 심지어 한 장에 300만 원짜리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300만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표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니, 집에서 편안히 ‘치맥(치킨+맥주)’이나 하며 경기를 봐야겠습니다.
어랏! 그런데 이번 경기는 TV 중계를 통해 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토트넘 방한 경기를 주최한 쿠팡플레이가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에 유료 가입해야만 경기를 볼 수 있는 건데요. 최근 OTT가 스포츠 콘텐츠의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가 가속화되는 모습입니다.
쿠팡플레이는 이달 펼쳐진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4경기도 독점 생중계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쿠팡플레이는 국가대표팀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2월에는 남자농구 월드컵 예선전, 3월에는 ‘테니스 월드컵’으로 불리는 데이비스컵 최종예선 경기까지 독점 생중계했죠.
쿠팡뿐 아니라 다른 OTT들도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티빙은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해 AFC가 주관하는 4년간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습니다. 애플은 미국프로축구(MLS·메이저 리그 사커)와 내년부터 2032년까지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앞서 아마존도 지난해 미국프로풋볼리그(NFL)와 자사 OTT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시즌당 15경기를 방영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넷플릭스도 최근 스포츠 중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현재 넷플릭스는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 F1(Formula1) 중계권을 두고 ESPN, NBC, 아마존과 경쟁 중입니다. 스포츠 중계권을 두고 OTT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각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가입자 수를 늘리려고 애썼는데요. 큰 제작비를 들여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공개 시점에만 가입자 수가 반짝 늘어나고, 한 달이 안 돼 빠져나갔죠. 반면 스포츠 중계권은 OTT업계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신규 고객을 확보면서도, 떠나려는 고객을 묶어둘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편적 시청권은 2007년 개정된 방송법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개념으로, 국민적 관심거리가 되는 스포츠 경기 등은 무료 방송을 하는 방송사가 방송권을 확보해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보편적 시청의 범위를 수신 가구 90%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방송 사업자만을 규율하고 있어 OTT는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에 OTT에도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OTT가 특정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고 유료화할 경우 시청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포츠 경기의 유료 시청은 전 세계적 흐름이며, 스포츠 이벤트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본 J리그는 2017년 영국 스포츠 전문 OTT기업인 DAZN과 약 10년간 2100억엔(약 2조3411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돈은 각 구단에 분배금으로 돌아갔고, 자금력을 확보한 구단들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하는 등 경기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OTT를 보편적 시청권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후 간담회 등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는데요. 미디어 환경의 빠른 변화 속에서 보편적 시청권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