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김건희 여사에게도 ‘페르소나’를 붙여줘야 하는 이유

입력 2022-06-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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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공개 활동이 늘면서 대통령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까지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했던 제2부속실이 폐지되면서 김 여사의 ‘나 홀로’ 공개 활동을 둘러싼 잡음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김 여사의 행보를 보면 논란이 일 만하다.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는데, ‘팬카페’까지 생겼고, 공식 행보 사진이 그 팬카페를 통해 흘러나왔다. 또 공식 활동에 사적 인맥을 대동하고 등장해 ‘비선’ 논란까지 일으켰다.

야권에선 김 여사의 행보를 놓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도 “대통령은 처음이라” 공식, 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답답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대통령 공약 이행으로 폐지했던 제2부속실을 부활시키라는 목소리까지 나올까. 일각에서는 대통령 직무실만 미국 백악관을 벤치마크 할 게 아니라 대통령 부인 보좌도 벤치마크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대통령 배우자 보좌 부서를 부활하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대통령 표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김건희 여사 팬카페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대통령 표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김건희 여사 팬카페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부속실 없으니 팬카페·회사 직원이 부속실 역할”

20대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두문불출하던 김 여사의 공식 행보는 윤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본격화했다. 김 여사는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서 블랙&화이트 패션으로 전 국민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같은 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에도 윤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했다.

그 전날인 22일에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윤 대통령과 함께 영접했고,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도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는 등 공식 외출이 잦아졌다.

그런데 논란 거리가 생겼다. 김 여사가 경호 구역인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김건희 팬카페에서 유출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실 경내 촬영은 철저하게 제한된다. 대통령실 근무자들은 휴대폰 카메라 촬영을 제한하는 모바일 보안 애플리케이션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일반 방문자나 언론인의 경우 촬영을 했다가 적발될 경우 처벌 혹은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당시 대통령실은 사진 유출 경위를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리에 착석해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리에 착석해 있다.

◇비선 최순실 잊었나...제2부속실 부활 촉구 목소리

그러나 김 여사가 단독 행보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은 한층 커졌다. 지난 13일 경남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때 사적 인연과 동행한 것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 여사와 동행한 이가 무속인이라는 의혹이 확산했고, ‘비선’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나중에 김 여사와 동행한 이는 코바나컨텐츠 전무 출신인 김량영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확인됐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연일 김 여사의 행보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폐지와 조용한 내조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는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에 집중하도록 할지, 국민께 공약 파기를 공식으로 사과하고 제2부속실을 만들어 제대로 된 보좌 시스템을 만들든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영부인의 역할 자체가 없을 수는 없는데, 지금 관리하는 주체가 애매하다”며 “자꾸 이런 논란이 나오기 때문에 제2부속실을 차라리 부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팬카페 등을 통한 미공개 사진 유출 등을 두고 “한 번 정리가 돼야 하지 않나. 영부인 동선·활동 내역 같은 경우 안전과 국가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16일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제2부속실 전담 조직을 두지 않으면 계속해서 논란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자기 부인 하나 못 챙기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제2부속실을 만드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OFL’이 영부인 보좌...페르소나 역할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미국과 같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할 법적 기반과 조직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대통령 배우자·영부인에 대한 법적 권한과 의무가 없다. 법제상 대통령 배우자가 언급되는 것은 경호에 관한 법률뿐이다. 이에 관행적으로 대통령 배우자 공식활동 관련 보좌를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설치돼왔다.

미국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대통령 배우자는 정치인으로 분류돼 백악관 내 공식 부서를 두고, 별도 사업 예산과 직원 등을 배정할 수 있게 권한과 역할을 쥐여준다.

미국 영부인을 위한 공식 기관은 ‘OFL(Office of First Lady)’이다. 이는 1901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둘째 부인 에디스 루스벨트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영부인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며, 개인 비서 업무는 물론 사회 및 행정 비서 등의 업무까지 해내고 있다. 이를 통해 다수 미국 영부인들은 독자적인 사회 활동에 나설 수 있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영부인으로서 교육, 빈곤, 여성, 인종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또 ‘렛츠 무브’ 캠페인을 통해 아동 비만과 학교 급식 개선에도 힘썼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휘하 OFL은 참모총장을 비롯해 언론 담당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사회장관, 수석 플로럴 디자이너, 수석 요리사, 수석 어셔 등 총 7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16일에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했다. 공개 행보 본격화를 둘러싼 논란 속에도 애초 계획대로 역대 영부인을 차례로 만난 것이다.

앞서 4일에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부인 11명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오찬을 가졌다. 그 자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치른 노고에 대한 감사 표시의 자리였다.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는 만큼 공식 보좌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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