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상용 현금을 보유한 국민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등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자산 수요로 현금의 매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우리 국민이 현금을 쓰는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3년 전보다 13만 원 줄었고,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신용·체크카드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1년 경제 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상시 등에 대비해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는 2018년 23.3%에서 지난해 31.4%로 큰 폭 상승했다.
예비용 현금이란 현재 소지한 돈 이외에 비상시 등에 대비해 집, 사무실 등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을 말한다.
한은은 “가계의 거래용 현금보유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목적의 예비용 현금은 보유 가구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현금 보유액은 35만4000원 원으로 2018년(54만3000원)보다 줄었다. 현금보유액별로 보면 30만 원 미만의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의 비중(17.7%)이 큰 폭(9.1%p) 늘었다.
일상적으로 지갑에 넣고 다니는 거래용 현금의 경우, 조사대상 가구주의 대부분(97.0%)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현금보유액은 8만2000원으로 2018년(7만8000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현금 사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 1년간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 원으로 2018년(64만 원)에 비해 13만 원(-25.4%) 줄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신용·체크카드(58.3%)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기업 역시 현금 지출 규모와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비상시에 대비한 현금보유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470만 원으로 2018년(222만 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밖에 최근 1년간 상점 및 음식점 등에서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 가구의 6.9%로 2018년(0.5%)에 비해 증가했다. 이 가운데 64.2%는 카페 등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현금결제를 거부당했다. 이외에 자영업 사업장(13.7%), 기업형 슈퍼마켓(5.4%) 등에서도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한국은행이 국민의 현금사용에 관한 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3년 단위의 정례 조사로, 2015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