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정체될 것으로 전망되던 가정간편식(HMR) 판매가 다시 치솟고 있다. 밥상 물가 급등으로 외식비 부담이 커지자 외식 대신 HMR로 소비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식품업체들은 신상품 출시를 서두르며 높아진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누적(1월~6월 15일) RMR(레스토랑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올반 구슬함박 스테이크’ 오리지널과 옐로우 치즈 등 2종의 판매량은 각각 32%, 28%씩 치솟았다. 국내 밀키트 1위 업체인 프레시지의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HMR 매출이 치솟고 있다. 이마트의 최근 한달(5월 16일~6월 12일) 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올랐다. 냉동 만두와 냉장 돈가스 매출신장률은 각각 8.9%, 5.5%를 기록했다. GS25의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HMR 매출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1%를 기록했고 CU(씨유)에서도 최근 일주일(7~13일) HMR 매출은 전월대비 24.6% 치솟았다. 도시락 매출 신장률(19.7%)을 넘어선다.
자체 유통망인 프레시매니저가 냉장 카트 ‘코코’를 통해 집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hy의 5월 밀키트 판매량은 5만 개 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더 팔렸다. 전월에 비해서도 18.6% 상승한 수치다. hy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 1인 가구나 맞벌이 중심으로 늘었다가 최근 40~50대 여성 고객 비중이 높아졌다”면서 “장바구니와 외식 물가가 오르자 제품 수요가 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외식 비용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월 서울 지역 자장면 값은 6223원으로 작년 같은달(5385원)보다 15.6% 뛰었고, 칼국수는 7462원에서 8269원으로 10.8% 올랐다. 냉면은 9346원에서 1만269원으로, 김치찌개는 6769원에서 7308원으로 비싸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정간편식 매출이 워낙 좋았던 데다, 올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며 신장률이 주춤했지만, 외식 물가 상승에 최근 가정 간편식 매출이 다시 반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HMR 수요가 늘면서 식품업계는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5월에만 ‘연경 중식 밀키트’와 ’연타발 밀키트’ 등 신상품 3종을 내놓더니, 전날에는 워커힐과 협업해 ‘쉬림프 비스크 리조또’과 ’시그니처 채끝 스테이크’, ’트러플 화이트 라구 파스타’ 등 ‘워커힐 고메 밀키트’ 3종을 출시했다.
대상 청정원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Home:ings)’도 지난달 ‘기사식당 돼지불백’과 ‘바베큐 쪽갈비’, ‘춘천식 닭갈비’, ‘소고기버섯 만두전골’ 등 HMR 신제품 4종 출시에 이어 이날 ‘갈릭&어니언 토마토 파스타’를 내놨다. hy는 집에서도 일본식 정통 소바 맛을 그대로 재현한 ‘우삽겹 메밀소바’ 밀키트를 출시했다. 더본코리아도 백종원 대표의 노하우를 그대로 담아낸 ‘제주 금악 부대찌개’와 ‘맑은 국물 파육개장’ 등 가정식 밀키트 2종을 새롭게 선보인다.
신세계푸드는 11일 첫 라이브 방송에서 3000세트가 완판된 ‘올반 봉밀가 평양식 메밀국수’를 라방에 또한번 특가로 선보이며 마케팅에 힘을 준다. 오뚜기는 최근 로제소스와 쫀득한 밀떡이 어우러진 ‘맛있는 로제떡볶이’를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HMR 판매가 다시 오르고 있어 조만간 간편식 신제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SPC삼립도 이달 중 신사동 가로수길 맛집인 숯불 닭갈비 전문점 ‘효계’와 협업한 간편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원디어푸드의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은 여름 제철재료로 만든 가정간편식 6종을 8월 말까지 한정으로 선보인다. 오비맥주 한맥은 홈플러스와 협업해 ‘맛돈’의 청국장찌개, ‘애월식당’의 제주 흑돼지 제육 된장찌개 정식, ‘신사양곱창’의 소곱창 전골 등 한식 밀키트 3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