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를 통해 기업 채무조정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채권은행은 채무조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어 사모펀드를 통해 채권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기업을 매입, 채무조정ㆍ신규자금 투입ㆍ사업구조조정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4일 '기업 채무조정제도 개선에 관한 글로벌 논의 및 시사점' BOK 이슈노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충격이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2년 신용사태와 달리 기업파산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선제적으로 기업 채무조정제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코로나19 충격이 취약기업을 집중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혜리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IT리스크총괄팀 과장은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한계기업의 비중은 15.3%로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법원의 (채무조정 관련) 수용 역량이 한계치인 만큼 사전적으로 도산제도를 쉽게 만들어줘야 불필요한 기업까지도 파산으로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몇 차례의 금융위기를 거치며 효율적이고 다양한 기업 채무조정제도를 구비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주요 특징으로는 △법률에 기초한 강화된 워크아웃(enhanced workout) △회생·파산 전문 법원의 운영 △회생계획안 사전제출제도 등 혼합형 워크아웃(hybrid workout) △중소기업을 위한 채무조정절차 간소화를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의 활성화'를 언급했다. 채권은행은 채무조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어 정부 주도의 공적 펀드 조성을 마중물로 삼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에 따른 향후 구조조정수요에 대비하고자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한 것을 일례로 꼽았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캠코 등 정책금융기관, 은행, 증권사 및 민간투자 등을 통해 펀드의 재원을 마련하고, 사모펀드가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지분·부채투자(PEF·PDF)를 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했다.
더불어 중소기업에 대한 회생절차 간소화 노력도 지속해왔다. 2021년 4월 도산법이 개인회생이 가능한 채권 금액을 상향해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됐다. 종래 담보채권 10억원 이하, 무담보채권 5억 원 이하의 경우에만 개인회생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각 담보채권 15억 원 이하, 무담보채권 10억 원 이하로 상향했다는 것이다.
소규모 중소기업을 위한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구조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신용공여액 50억 원 내외의 소규모 중소기업은 기촉법에 기초한 워크아웃 등 법원외 채무조정 절차를 거칠 기회가 없이 파산에 이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일부 시중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신청을 받은 중소기업에 대한 재무진단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신규자
금 대출, 만기 연장, 금리 인하 등을 실시해왔다.
보고서는 향후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 채무 조정의 활성화 △도산실무가 제도의 마련 △중소기업 맞춤형 법원외 채무조정 확대 등의 수단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회생 기업에 투자하는 기업경영정상화 PEF의 성공 사례가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 등의 참여가 요구된다고 현실적인 진단 또한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주도형보다 민간주도의 사모펀드가 기업 구조조정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채권은행이 구조조정채권을 매각하고 기업가치가 높아질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기업재무안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투자하는 민간투자자에 대해 소득 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윤아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금융규제팀 조사역은 "자본시장에서 여러 가지 투자 자산들 중 PEF에 투자하는 게 매력적일 수 있도록 잠재성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는 판을 잘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하고, 작년 하반기 금융위에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관련 정비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