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장기화 땐 한국 경제 심각한 타격

입력 2022-06-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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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기업 대외채무 늘고 외환보유고에도 악영향 미쳐
고용ㆍ투자 위축으로 내수침체..결국 성장률 감소로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무역적자 장기화 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3% 증가한 615억2000만 달러, 수입액은 32.0% 증가한 63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17억1000만 달러 적자로 전달(25억10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2월과 3월을 제외하면 적자로 전환된 작년 12월, 1월, 4월, 5월 적자를 냈다.

이 같은 무역적자는 수출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입액이 수출액을 뛰어넘는 데 있다. 이는 올해 4월 경상수지를 24개월 만에 적자(-8000억 달러)로 전환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경상수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품수지(무역수지보다 큰 범위) 흑자 폭(29억5000만 달러)이 수입액 급증으로 전년보다 20억 달러 줄었다.

수입액 급증을 부추기는 악재들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이면서 무역적자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선 기업에서는 국제거래 통화인 달러 확보가 어려워진다. 무역적자로 달러 수익이 줄어들어 원자재 등 수입품에 대한 달러 지급 여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들의 달러 자금 조달을 위한 외채 발행으로 이어져 대외 채무가 쌓이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1분기 말 비은행·공공·민간기업의 대외채무는 증권발행(+28억 달러), 무역 신용(+7억 달러)을 중심으로 전분기대비 61억 달러 증가했다.

계속된 무역적자로 기업이 달러 빚을 못 갚게 되면 한국은행에서 관리하는 외환보유액 또한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가 기업 대신 빚을 갚으면 외환보유액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477억1000만 달러로 전월 말(4493억 달러)보다 15억9000만 달러 줄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보유액 감소세는 고환율로 인한 달러 환산액 감소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의 영향 탓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기록해 현재로썬 문제 될 게 없지만, 무역적자와 외환보유액 감소 지속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 부족으로 발생한 IMF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외환 위기로 달러 빚(단기외채 등)을 갚지 못해 국내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대량 실직이 발생하면서 우리 경제가 휘청거렸다.

무역적자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제품을 수출해 돈을 벌어도 재룟값이 더 들어 남은 게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실적부담으로 고용 및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내수 침체가 일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무역적자는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는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으면 순수출 성장률 기여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출 호조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누그러지면 무역흑자 전환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어서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올해와 같이 수출이 견조하게 이어지며 무역적자가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2000년 이후 발생한 총 다섯 번의 무역적자는 올해를 제외하고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같이 수출 감소가 무역적자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독일, 일본, 중국 등 제조업 수출국의 공통된 현상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유가 하락세와 함께 무역적자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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