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저축은행 직원이 6년 동안 1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횡령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 조사 결과 내부감사에서 발견한 금액보다 3배 가까이 늘면서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의 첫 과제는 은행권 '내부통제 관리·감독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저축은행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A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94억 원을 빼돌렸다. 송파경찰서는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전날 구속했다.
KB저축은행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89억 원이다. A씨가 횡령한 금액은 회사 1년 순이익에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애초 은행이 자체 감사를 통해 포착한 횡령액은 30억 원이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액수가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 4월 우리은행에서 내부 직원이 614억 원 횡령사건과 유사하다. 우리은행 자체 감사 이후 경찰 조사 결과 50억 원 추가 횡령 정황이 드러나면서 총 660억 원대로 피해 금액이 불어났다. 자체 감사 결과와 달리 횡령액이 크게 늘면서 은행 내부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자체 수시 감사 중 직원의 개인 일탈로 인한 횡령혐의가 발견되어 내부조사 및 수사기관에 고소한 사건"이라며 "당시 조사 진행 중이라 정확한 횡령 규모는 알 수 없었지만, 금융기관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자기부담금 공제액(30억 원)을 고려하면 예상손실금액은 30억 원으로 공시가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내부 조사에서 실제 사고금액은 77억8000만 원으로 파악했다"며 "현재 수사와 금융종합보험 청구 진행 중으로 최종 손실금액과는 상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직원은 2억 원을 횡령해 자체 적발됐으며, NH농협은행에서 한 직원이 ‘꼼수’ 대출을 해주고 3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새마을금고에서도 40억 원 이상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금융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은 174명으로 횡령 규모는 1091억8260만 원에 달했다.
반복되는 사고에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감원장의 첫 과제는 금융사고 방지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110대 국정과제'에 금융사 내부통제 내용을 담으며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금융사 내부통제제도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일단 금감원 검사 시스템에 관한 내용을 살펴본 후 개선 사항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원장은 8일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금감원)검사 시스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본 다음에 의견을 드리고 싶다"면서 "규제 자체가 금융산업의 특성상 아예 사라질 수는 없는 거라서 그걸 어떻게 합리화하고 조금 더 예측 가능하게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피해 입고, 소외된 금융소비자가 없는지 세심히 살피겠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