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ㆍ수신 잔액 1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역대급 성적을 거둔 저축은행의 올해 실적 기상도에 먹구름이 꼈다. 가계대출 총량제한, 법정최고금리 20%인하 같은 규제와 금리 상승기 예대마진 축소 등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저축은행 중 SBI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곳(OKㆍ웰컴ㆍ한국투자ㆍ페퍼저축은행)은 당기 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2분기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상위 5개사(자산 규모 기준)의 당기순이익은 164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290억 원)보다 28% 감소했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 901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체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총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5% 증가한 13조8586억 원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은 1분기 순이익 267억 원으로 전년(776억 원) 대비 66% 급감했다. 이로써 지난해 1분기부터 지켰던 순이익 2위 자리를 웰컴저축은행에 내줬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1분기에 안정적인 수신 확보 및 여신활동에 집중해 내실 성장에 집중했다"면서 "총자산 및 당기순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에 따른 기저효과로, 대출채권 유가증권 기업대출 등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은 1분기 전년보다 9% 하락한 27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순이익 104억 원을 기록해 전년(199억 원) 대비 48% 순감소했다. 업계 5위인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 순익이 101억 원으로, 전년(152억 원)보다 34% 줄었다.
2분기에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인하돼 대출 이자 수익이 줄어들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달금리가 오르는 등 악재가 겹쳤다. 특히 대출금리는 줄어드는데, 수신금리는 계속 올라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
저축은행권의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2월 연 15.10%였으나 3월에는 14.58%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면, 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복리) 최고금리는 연 3.40%, 평균 금리가 연 2.86%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예대금리차가 줄어들고 있다.
은행 예대금리차는 기준금리 인상기에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데, 저축은행은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는 6.74%포인트(p)로 전년 말보다 0.27%p 줄었다. 반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1분기 평균 예대금리차는 1.54%p로 전년 말보다 0.05%p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18~2019년 7.9%p에서 지난 2020년 7.8%p, 지난해 7.01%p 등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 "금리 상승기 예대마진 축소, 총량규제로 인한 중금리 대출 시장 위축됐고, 소매금융 의존도가 높아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한 회사들은 실적이 조금 더 안 좋았을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도 정부 규제가 계속되는 만큼 올해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