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동에 윤석열 정부의 인선이 잇따라 꼬이고 있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윤종원 기업은행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임명이 무산됐다.
정 전 후보자와 윤 전 내정자 모두 국민의힘이 반대했지만 정 전 후보자는 민심이 좋지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전적으로 임명을 막은 것은 아닌데 비해 윤 전 내정자는 사정이 다르다. 국민의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정 전 후보자는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윤 전 내정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접 윤석열 대통령을 찾아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일단 국민의힘이 정부와의 초반 힘겨루기에서 기선을 제압한 분위기다. 정 전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40년지기 친구’로 인연이 깊고, 윤 전 내정자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첫 인선이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낙마 과정이 비슷하다. 사퇴·고사 직전까지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은 고심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고, 결국 두 사람은 정부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정부가 여당에 밀리는 모양새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정 전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밀알이 되기 위해 사퇴한다”고 했고, 윤 전 내정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저로 인해 새 정부에 누가 된다면 그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여당이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여소야대 탓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그렇지않아도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권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당이 청와대(대통령실 전신) 출장소로 전락해선 안 된다. 쓴소리를 마다치 않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이다.
이 같은 당정 기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이는 한 총리다. 국회 인준 과정에서 여야 간 빅딜 카드로 활용된 데 이어 첫 인선인 국무조정실장 내정까지 여당에 밀렸다.
윤 대통령이 약속했던 책임총리제가 퇴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인 오기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무조정실장 천거조차 못 하는 책임총리가 어디 있나. 의전총리·식물총리임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