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 만인가?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다니.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옆 사람과 팔걸이 신경전도 오랜만에 벌인다. 엔데믹 시대에 첫 번째로 대박 부활의 신호탄을 어떤 영화가 쏘아 올릴 건지 관심사였는데 그 주인공은 ‘범죄도시2’가 차지할 듯하다. 운도 따랐다. 그간 눈치를 보며 개봉 시기를 저울질했던 영화들이 좌초를 거듭한 반면 촬영, 편집을 마치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범죄도시2’가 적시에 공개돼 홈런을 친 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천만 영화 등극이 가능할지 궁금하다. 생존권을 위협받던 제작, 배급사,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긴 가뭄에 단비이며 희망의 불씨이다.
흥행의 최고 수혜자는 주연을 맡은 마동석(마석도 역)이지만 따로 눈여겨볼 배우가 몇 있다. 요즘 사랑하는 여인을 ‘추앙’하느라 바쁜 송석구(강해상 역)는 이미 한국 영화계의 블루칩이 되었고, ‘구씨’는 방송과 영화에서 동시에 추앙을 받게 된 것이다. 악역 배역만 계속 들어와서 ‘가장 쎈’ 악역 하나만 하고 이젠 안 한다고 선언하며 결정한 역이 바로 최고의 빌런을 보여준 강해상이었다. 감초 역할을 했던 박지환(장이수 역)도 이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공간을 베트남으로 확장한 걸 보고 007 시리즈처럼 ‘범죄도시’를 브랜드로 하고 마동석을 메인 주인공으로 하여 연작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이 느껴졌다. 마동석은 인터뷰에서 ‘범죄도시8’까지 영화가 기획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마동석이 에펠탑이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원한 주먹을 휘두르는 액션을 조만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결하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피의자를 데리고 오라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에 또 다른 거대한 범죄집단을 발견하게 되고 무대를 서울로 옮겨 악을 응징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스토리다. 여성 관객이 눈을 가릴 정도로 폭력의 수위는 매우 높다. 썰고 찌르고 죽인다.
마 형사의 대사에 이런 게 나온다. “사람 죽인 놈 잡는 데 이유가 어디 있어?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이다”라는 발언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사람들은 어쨌든 사이다 발언을 좋아한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