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탈법 방법에 따른 인쇄물 배부' 해당 안 돼…검찰권 남용"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행위는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정당하다는 내용의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임 교수가 주장한 기본권 침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반면, 임 교수와 함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경향신문에 대해서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임 교수가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헌법소원심판을 기각했다. 경향신문 청구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헌재는 "임 교수의 칼럼 게재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특정 정당·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해 투표 참여를 권유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칼럼의 '제안'·'투표하자'와 같은 단어는 권유의 의미가 있다"며 "칼럼이 게재된 2020년 1월 29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이 개시돼 독자 입장에서는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취지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임 교수는 '정치인에 대해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책임정치를 하도록 촉구하는 정치적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도 "이는 양형의 조건에 불과할 뿐 죄의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 교수의 칼럼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명백히 죄가 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소신을 밝혔다'는 주장은 죄의 유무가 아니라 형량에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임 교수는 매월 1편가량 총 13편의 칼럼을 기고했고 주로 진영논리에 반대해 정부·집권세력에 대해 책임정치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며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 임 교수의 칼럼을 투표참여 권유행위로 볼 수 없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고,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경향신문에 대해서는 임 교수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임 교수의 칼럼이 게재된 경향신문은 격식을 갖춰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간행물"이라며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탈법 방법에 의한 인쇄물의 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경향신문이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발행·배부됐다고 볼 근거도 없다"며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행복추구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헌법소원청구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2020년 1월 경향신문 칼럼에서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라고 서술했다. 또한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임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안팎의 거센 비판에 부딪혀 취소했다. 그러자 시민단체인 '적폐 청산 국민참여연대'가 임 교수를 고발했고 검찰은 2020년 9월 임 교수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임 교수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2020년 9월 23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