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용 뺀 가계대출은 사상 처음 줄어
무섭게 치솟던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9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신용카드 사용 등을 포함하는 판매신용을 제외하고 가계대출만 놓고 보면 사상 첫 감소다.
소비자물가가 매달 치솟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가계가 빚부터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및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역시 빚 감소에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6000억 원 줄었다. 2013년 1분기(-9000억 원) 이후 첫 감소세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경제 규모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 등과 함께 가계신용 규모는 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늘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2019년 가계부채는 63조9000억 원 늘었는데, 코로나 이후인 2020년(127조3000억 원)과 지난해(132조2000억 원)는 두 배 이상 증가세가 커졌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쌓이면서 자영업자와 취약차주의 대출 부실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를 중심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가계 역시 치솟는 물가와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 같은 영향이 이례적인 가계부채 감소로 이어졌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앞으로 가계부채 감소세가 이어질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도 “앞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이 있고 주택매매거래도 당분간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주택매매거래량은 작년 3분기 26만 호에서 4분기 19만6000호, 올 1분기에는 13만8000호로 꾸준히 줄고 있다.
대출 금리 역시 앞으로 더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장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연일 치솟는 물가를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4.8% 뛰어오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한국의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5%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