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크립토 혁신 허구성 보여주는 사례"…불공정 거래 국제적 공조 절실

입력 2022-05-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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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기자 gogumee@)
(박소은 기자 gogumee@)

"테라ㆍ루나 코인 사태는 단순 스테이블 코인 사태가 아니다. 코인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소수의 억만장자는 탄생했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된 규제안을 내세우기 힘든, 골든타임일 수도 마지막 시기일 수도 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23일 개최된 '루나ㆍ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은' 긴급 세미나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이날 긴급 세미나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정책위의장의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8만 명(추정)이 소지하고 있던 테라ㆍ루나 코인의 가치가 약 99% 하락한 사태에 대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날 세미나에 모인 전문가들은 테라ㆍ루나 생태계의 취약성에 대해 입을 모아 지적했다. 알고리즘형 코인을 주창하지만 가상자산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만큼, 테라 대량 매도에 따른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에 노출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루나를 발행하는 형태지만, 루나 가격이 복원되기 전에 테라를 추가 매도하면 발행량 조정으로 가격 회복을 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테라ㆍ루나 사태에서 하락한 가격을 밀어 올리기 위해서는 7조 개의 루나가 발행돼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이런 문제들 때문에 선물을 매도해놓고 대량 매도 공격을 하면, 공격자는 선물 매도로 이익도 얻고 시스템도 무너뜨리는 가능성을 갖고 있었던 그런 구조"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규제체계를 정립한다고 해도 투자자 보호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발행된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여부를 심사하고, 발행 조건 등을 달아 관리·감독한다는 구상이다.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은 증권과 달리 상당한 국제성을 지니고 있어 현 증권 규제체계가 가상자산 규제체계로 투영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요구 및 금융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국회 발의 가상자산업법의 비교분석 및 관련 쟁점'을 집필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가상자산이더라도 국제적으로 분할된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라며 "가령 예탁결제원이 해킹을 당해 삼성전자의 주식이 해킹을 당했어도 주주명부를 통해 복원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는 피해자가 반환 청구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대다수 증권규제는 행정규제 위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여전히 형사규제 우선으로 돼 있어 이를 증명하고 처벌하는 데 2~3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가상자산 범죄와 관련해서는 행정규제 중심으로 가야 불공정행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테라ㆍ루나 사태에서 거래소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다수 있었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국내 상장 폐지된 코인이 541개, 피해액이 1조 원에 달하지만 관련 기준에 대해 제대로 고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루나 사태 이후 거래소는 상장 폐지를 결정했지만, 이유는 밝히지 않고, 거래 수수료는 가져가고 있다"라며 "투자자를 보호할 의지가 정말로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단기적으로 시행령을 통해 집행력을 확보할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과도 논의를 해야겠지만, 특정금융정보법 목적 자체에 자금세탁이라는 제한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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