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에너지 대란에 대러 제재 물거품 위기…석유 금수조치 난항

입력 2022-05-17 14:26 수정 2022-05-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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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업들 루블 계좌 개설 허용...대금 결제 재개
금수조치 합의에 만장일치 필요하지만 헝가리 반대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 “기술적 어려움 크다”
미국 전략비축유 1987년 이후 최저...국제유가는 상승

▲왼쪽부터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가 16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대화하고 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왼쪽부터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가 16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대화하고 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러시아 원유 수출을 금지하려는 유럽연합(EU)의 계획이 에너지 대란에 물거품 될 위기에 놓였다. EU는 우선 대러 규제 방침 일부를 수정해 개별 기업들이 러시아 원유 구매 시 루블로 결제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EU 외무장관 회의 후 “이날 제재 패키지에 대해 논의하길 원했지만, 정치적 수준에서 해결하기엔 너무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헝가리가 새로운 기반 시설을 찾고 러시아 석유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헝가리는 만장일치가 필요한 대러 금수 조치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금수 조치가 자국에 미칠 경제적 파급력을 ‘핵폭탄’에 비유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들도 “현시점에서 더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고 밝히는 등 최종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EU는 러시아와의 대립각을 일부 줄이면서 기업들의 러시아 원유 구매를 허용했다.

EU는 러시아 원유 수입에 대한 개정된 지침을 회원국에 전달했는데, 바뀐 지침에는 “기업이 천연가스 공급 계약서에 명시된 통화로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정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러시아는 외국 기업들이 자국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에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먼저 자국 은행 가스프롬방크에 루블 계좌를 개설하고 달러나 유로를 루블로 환전해 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달러·유로를 지급하는 제1 계좌와 가스프롬방크가 루블을 내어주는 제2 계좌가 필요한데, EU는 제1 계좌의 개설을 허용한 것이다.

다만 제2 계좌는 사실상 가스프롬방크가 가스프롬에 송금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EU가 제1 계좌 신설을 허용함으로써 기업들의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구매도 숨통을 트게 됐다. 블룸버그도 “바뀐 지침은 가스프롬방크 계좌 개설을 막지 않아 기업의 가스 구매를 허용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가스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이탈리아 에너지 대기업인 에니스파는 18일까지 루블 계좌를 개설해 이달 대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독일 슈베트에 있는 한 정유공장 전경. 슈베트/EPA연합뉴스
▲사진은 독일 슈베트에 있는 한 정유공장 전경. 슈베트/EPA연합뉴스

한편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13일 기준 일주일간 미 전략비축유 재고는 전주 대비 500만 배럴 감소한 5억3800만 배럴로 집계됐다. 1987년 이후 최저치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축유를 대거 방출한 탓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유가는 상승세다. 이날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4% 상승한 배럴당 114.20달러에 마감했다.

유가를 잡지 못한 가운데 비축유까지 줄면서 수급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은행인 NBD의 에드 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미국이 올여름에 더 많은 원유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생각해보면 비축유 방출은 다소 위험한 전략”이라며 “미국이 매장량을 줄이는 것은 향후 12~24개월간 유가 강세를 받쳐주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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