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변화에 발맞춰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대언론 정책의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검사와 기자 접촉이 사실상 원천 봉쇄됐던 과거와 달리 검찰ㆍ언론 관계가 소위 '해빙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법조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의 대언론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을 계기로 검찰은 언론과의 공식ㆍ비공식 접촉을 늘리는 모습이다.
실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달 27일 대검찰청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다. 22일에는 예세민 기획조정부장이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도 브리핑을 여는 등 언론과 접촉하며 여론전을 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출입기자단 사이에서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검수완박 때문에 소통을 늘린 것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단이 대언론 정책을 잇달아 비판하자 검찰은 "지난 몇 년간 공보준칙 변화로 많은 제약이 있었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속하게 처리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2019년 10월 30일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 훈령을 발표하면서 전문공보관 외에 검사, 수사관이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와 접촉할 수 없도록 했다. 수사 중 혐의사실과 수사 경위, 수사상황을 비롯해 형사사건 내용 공개를 차단한다는 취지였지만 언론사 보도를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나왔다.
새 법무부 장관 취임 예정도 검찰 분위기를 변화시킨 요인이다.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한 후보자 역시 취임 후 문재인 정권 하반기에 무너진 인사 원칙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사의를 표명한 고검장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한 승진 인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지금도 언론과의 소통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인사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계심이 전보다 허물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경직된 태도를 보이지 않더라도 수사 등 민감한 얘기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위 '윤석열 사단' 복귀가 점쳐지는 만큼 검사들은 언제든 서울을 떠날 수 있다고 보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변화가 예상된다. 규정이 바뀌면 검찰 대언론 정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장관 임명을 코앞에 둔 한동훈 후보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내비쳤었다.
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이 규정을 두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공개범위 축소에 따른 국민의 알 권리 제한 등과 같은 비판적 의견들도 있었다"며 "검찰뿐 아니라 사회 각계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 공개 범위를 살피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