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도 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정황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기도 했죠.
그런데 유독 중국만은 예외입니다. 특히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푸틴을 우상화하고 숭배하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왜 칭송하는 걸까요?
더우인의 한 사용자는 “날이 갈수록 푸틴을 더욱 ‘숭배’하고 싶다”고 말했고, 또 다른 사용자는 “푸틴은 열정을 다해 평생을 살았다. 그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고 칭송했습니다.
더우인에서는 푸틴을 찬양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푸틴’이라는 이름만 입력하면 ‘푸틴의 잘생긴 순간’, ‘푸틴의 친절한 마음씨는 조금도 약하지 않다‘와 같은 연관 검색어가 다수 뜨는 식입니다.
푸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영상에는 수십만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더우인) 이용자들은 푸틴이 러시아 국민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지도자라고 느낀다”고 분석했습니다.
율리아 멘델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소셜미디어는 종종 왜곡된 현실을 보여준다”며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푸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러시아의 정치 체제가 중국과 비슷하다는 점이 푸틴 칭송의 이유로 꼽힙니다. 두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라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 한 지도자가 장기 집권하는 권위주의 정치 체제를 갖고 있죠. 시진핑 주석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연임에 성공하고 3연임을 노리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 역시 20년 이상 집권을 이어가고 있죠. 푸틴의 독재체제가 중국인들에게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 대한 반감도 중국인들의 푸틴에 대한 지지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반미동맹’으로 여기며 선호가 강해지고 있는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중국 언론은 미국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쟁에 대해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며 전쟁을 부추겼다, 러시아는 서방의 정치적·이념적·군사적 침략의 희생자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푸틴에게 스탈린 등 러시아 독재자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FP는 “중국은 러시아 독재자들을 존경한 역사가 있었다”며 “중국은 소련이 붕괴하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강력한 국가와 당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는데, 푸틴은 시간을 과거로 돌린 듯 보였고 중국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우인을 비롯한 중국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콘텐츠 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주류 사상 혹은 역사관에 조금도 거슬리는 내용은 검열 대상이 되고 있죠. 더우인의 경우 검열 인원만 약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중국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푸틴에 대한 숭배 콘텐츠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푸틴을 비난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콘텐츠들이 삭제 대상이 되고 있죠.
2월 쑨장 난징대 교수 등 중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5명은 중국 메신저 ‘위챗’에 푸틴을 향해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올렸지만 2시간 만에 삭제됐습니다. 3월에는 중국 베이징대, 칭화대 등 대학교 12곳 졸업생 132명이 실명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지만, 중국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핀 라우 홍콩·중국 전문가는 FP에 “중국에는 두 그룹이 있다. 우스꽝스러운 동영상을 올려서 푸틴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고, 소위 ‘중국 정부의 인터넷 지부’라고 불리는 세력의 통제를 받는 몇몇 계정들이 있다”며 “이들로 인해 해당 영상들이 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