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 시대가 열렸다. 1971년 수출통계 작성을 시작한 뒤 50년 만의 성과다. 코로나19 확산과 물류난 속에서 이룬 값진 성과다.
한국산 농수산식품은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수출길에 올랐다. 이후 2008년부터는 한식 세계화 추진을 등에 업고 한국 음식과 식문화를 세계에 알렸다. 최근에는 'K-팝'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에 힘입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농식품 수출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은 체계적인 수출진흥책과 이에 부응한 농어가였다. 정부는 온라인시장 판로 개척, 물류 인프라 확충, 유망품목 육성 등을 통해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고, 농어가 등 민간에서는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품질과 안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된 우리 농식품 수출시장을 다변화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00년대에는 일본, 중국, 미국 등 수출 상위 3개국에 대한 비중이 60~70%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국가와 유럽·중남미지역 등 신규 시장 수출 비중이 커지면서 일본 등 상위 3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50%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 7개 '최우선 전략국'은 캄보디아·몽골·카자흐·독일·멕시코·호주·캐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부터 농식품시장개척(시장다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출국을 신흥시장 등으로 다변화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출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매년 최우선 전략국 7곳과 차순위 전략국 13곳 등 20개의 시장다변화 전략국을 선정해 시장개척요원을 파견하고, 마케팅을 지원해 수출 희망 기업의 신시장개척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올해 최우선 전략국은 캄보디아와 몽골, 카자흐스탄, 독일, 멕시코, 호주, 캐나다 등이다. 차순위 전략국은 필리핀, 인도,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칠레, 과테말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3개 국이다.
이들 국가는 신흥시장인만큼 현지 시장조사와 수출유망품목 발굴, 판촉행사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최우선 전략국가 7개국에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해외 파일럿 요원'을 파견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바이어를 발굴하고 관리한다. 바이어와 수출업체 매칭을 통해 전략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유망 품목을 선별한다. 또 현지 대형유통업체나 전문가,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시장 현황과 유통·물류 실태, 소비현황 등 수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최우선 전략국에 대한 수출이 전년 6억7700만 달러에서 15.6%가 늘어난 7억8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가별로 유망품목을 발굴하면서 러시아에는 인삼 수출이 확대됐고, 필리핀에는 떡볶이, 캄보디아에는 장류, 호주에는 버섯 등의 실적이 확대됐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해 추진한 온라인 마케팅과 맞춤형 지원사업으로 카자흐와 캄보디아, 러시아에서는 온라인몰에 K-푸드 전용 판매관도 입점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는 역량 있는 청년들도 힘을 보탠다. 농식품부는 매년 농식품 청년해외개척단(AFLO) 사업을 통해 111명의 청년들을 최우선 전략국가에 선발·파견한다.
이들은 한국 농식품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중소 농식품 수출업체의 신흥시장 진출을 해외 현지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수출타깃국 시장조사, 신규 바이어 발굴, 현지영업, 홍보 등 농식품 수출기업과 일대일로 매칭돼 수출기업을 밀착지원하는 식품무역분야 현장체험형 인턴프로그램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해외 파견 대신 국내 수출기업에서 현지에 파견한 파일럿과 소통하며 제품을 바이어에 연결해주는 '삼각 매칭'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현지에서 진행하던 K푸드페어를 대체하기 위한 온라인 세일즈로드쇼에서 큰 역할을 했다. 기업과 현지 aT 사무소 사이에서 중간 조율 업무를 하며 수출업체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하는 시점에서 올해부터는 국가별 여건 등 현지 근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해외 파견으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유망품목 육성해 선도기업과 시장 공략
다양한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시장을 이끌어갈 기업을 선정하고 유망품목을 발굴해 수출에 나선다. 농식품부는 매년 시장다변화 전략국가에서 수출을 이끌어갈 50여 개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수출선도기업 육성사업을 추진한다.
이들 기업에게는 해외 영업과 제품개선, 해외마케팅과 판촉을 비롯해 참여사 대상 수출 상담회, 청년인턴 등을 지원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특히 온라인 상담회가 활성화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5개 수출업체가 5개국에서 59개 바이어를 온라인으로 만났고, 하반기에는 37개 기업이 6개국 46개 바이어를 만났다.
이 같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상담회와 사업 확대를 통해 이들 수출선도기업들의 성과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선도기업의 수출액은 2020년 1억13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억3900만 달러로 23.1%가 늘었다.
아울러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유망 품목을 육성하는 것도 주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농식품부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파일럿과 해외지사의 의견을 비롯해 선도기업들의 수출 희망 제품군, 농가소득 영향 등을 고려해 시장 다변화 전략 국가별로 3~5개 유망 품목을 선정한다.
일단 유망 품목을 선정하면 현지 마켓테스트, 바이어 발굴, 소비자 체험, 미디어 홍보, 온·오프라인 판촉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와 영국에서 딸기와 김치 수출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온라인 홍보와 대형유통매장 연계 판촉 등이 이뤄졌다. 러시아에서는 인삼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리는 등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 활성화를 위한 활동이 이뤄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쿠킹클래스, 인플루언서 홍보 등으로 영상 조회 수가 1400만 회에 달하기도 했다"며 "쉐프 연계 레시피 홍보 등 현지 여건에 따른 맞춤형 사업을 올해에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작지원: 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