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회사인 오너이자 대표가 자사 신약 개발 정보를 지인에게 넘겨 부당하게 이익을 보게 했다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회사 소액 주주들은 지난 5년간 주가가 지속 하락해 80% 가량 내린데다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저 당혹스럽기만 하다.
A 회장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는데, 초호화 변호인을 썼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당시 전 법무부 차관)이 고문으로 있던 법무법인 화현을 선임했다가, 김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당일(지난해 6월 2일) 지정을 철회했다. 새롭게 선임한 변호사는 부장판사에서 변호사로 갓 전직한 소위 ‘전관’이였다. 현재는 항소해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A 회장의 혐의가 법리적으로 처벌을 받을 지는 둘째치더라도 지인들이 A 회장과 만나 골프를 쳤고, 그 지인들이 직후 이 제약사 주식을 매수했으며 며칠 후에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발표해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은 팩트다.
주주들은 당혹스럽다. 제약사 회장이 지인들에게 ‘주식 리딩’을 했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지인들은 대부분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었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A 회장의 행보를 보면 불안하다. 주변에 이 제약사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이들 때문이다. 실제로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를 함께 받고 있는 지인 중 1명은 약 1년 전 이 제약사에 투자했다가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어 자기 사업체 월급도 못 줬다.
주식 시장을 취재하면서 ‘말로 진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다. 한 예로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했던 한 상장사 오너는 지인에게 ‘자사 주식을 사라’며 말로 진 빚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송사에 시달렸다.
지난해 A 회장이 7억여 원 때문에 보유한 부동산을 가압류당했다는 점도 불안을 키운다. 며칠 만에 공탁으로 가압류가 풀리긴 했지만, 업력만 30년이 넘는 제약회사 회장의 행보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A 회장은 이 제약사 지분 30.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주식을 담보로 285억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담보 비율은 174%다. 개인의 사생활이 기업 경영권과 직결됐다.
속 타는 주주들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주변에 ‘주식 리딩’을 할 시간이 있다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믿고 3100억 원을 투자한 4만여 명의 주주들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행태를 보고 있으면 30~40대에게 인기 있는 완결 웹툰 ‘덴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남의 돈을 처먹고 있으면 예의라도 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