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자인 묵점 기세춘 선생이 6일 오후 별세했다.
고인은 제자백가 중 한명인 묵자(墨子)를 국내 처음으로 완역한 한학자이며 기모란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의 부친이기도하다.
고인은 노환으로 지난해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은 1937년 전북 정읍에서 조선 중기 성리학자 기대승(1527∼1572)의 15대손으로 태어났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와 공무원을 거쳐 시인 신동엽이 편집주간으로 있던 ‘교육평론’에서 취재부장을 지냈다.
1963년 동학혁명연구회를 발족시켜 초대 회장을 맡았는데 당시 이 연구회 학술위원장을 맡았던 신영복(1941∼2016) 전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됐다.
이 사건으로 고인은 직장을 얻기 어려워져 공장에서 기계 설계를 하며 동양학 저술을 써갔다. 1992년 묵자를 완역한 책 ‘묵자-천하에 남이란 없다’ 상하권(나루)을 펴냈다.
고인과 문익환(1918∼1994) 목사가 이 책에 대해 주고받은 서신은 1994년 ‘예수와 묵자(일월서각)'라는 책으로 소개됐다. 묵자학당을 만들어 강의했고 여기서 배운 이들이 2009년 묵자학회(현재는 묵자연구회)를 창립했다.
1994년 신영복 전 교수와 ‘중국역대시가선집’ 4권(돌베개), 2002년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로 유가·묵가·도가·주역을 출간했다. 2007년 중국과 조선의 성리학을 정리한 ‘성리학 개론’과 ‘장자’ 완역서를 펴냈고 이후 ‘노자강의(2008)', ‘논어강의(2010)'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