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혁신 벤처기업을 상징하는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의 수는 1024개(Statista 2021년 12월 기준)에 이른다. 국가별로 미국 487개, 중국 301개, 인도 54개, 영국 39개, 독일 26개이며, 우리나라는 10개로 10위에 해당한다. 정부가 투자업계를 통해 추가로 파악한 두나무(가상자산거래소), 빗썸코리아(가상자산거래소), 직방(부동산중개), 마켓컬리(신선식품 새벽배송), 당근마켓(중고거래플랫폼), 버킷플레이스(인테리어커머스), 리디북스(콘텐츠플랫폼) 등을 포함하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총 18개사로 집계된다.
윤석열 정부의 공약대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벤처 강국으로 올라서려면 우리나라가 배출한 유니콘 기업의 수가 50개 이상 되어야 한다. 앞으로 5년 동안 지금보다 3~5배나 많은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 국정과제로 대두된 것이다. 당연히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에 대한 정책 지원의 대폭 확대가 예상된다.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산업의 유니콘 벤처를 육성해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발굴하여 혁신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은 올바르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 의해 유니콘 기업을 몇 개 육성하겠다는 목표지향적 성장정책은 과거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한 불균형 성장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중화학공업이 신산업으로 대체되고 대기업이 유니콘 벤처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혁신성장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정부가 주도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전형적 한국형 성장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가 성장목표를 제시하며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하여 한정된 자원을 정부가 선택한 산업과 기업에 집중 배정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 논리에 따라 정부가 앞장서 민간과 시장을 이끌어 나가며 자원을 배분하고 활용하는 성장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바로 시장의 쏠림현상을 가속화하고 경제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지금도 시장은 대기업에 편향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 자본과 인력 그리고 수요가 대기업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소외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유니콘 벤처에까지 자원이 쏠리고 시장이 기울어지면 불균형 경제구조는 더욱 강고하게 고착될 것이다.
혁신성장 경제의 주역인 유니콘 벤처가 기술력과 자본력을 무기로 자원을 흡인하면 산업계 전반으로 자원확보 경쟁이 과열된다. 최근 유니콘 기업들이 정보기술(IT) 인력과 개발자를 대거 모집하면서 인재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네이버 같은 굴지의 대기업도 유니콘 기업에 인력을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IT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체로 확산된 인력 이동이 임금 인상 경쟁을 촉발하여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임금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을 9% 인상하기로 하여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이 5150만 원으로 올라간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인력 유출을 방지하려고 과도하게 인건비를 상승시킨 탓에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여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기업은 생리적으로 고속성장해야 계속 투자를 받아 생존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짧은 시간에 빨리 유니콘 벤처의 반열로 올라서기 위해 급속한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수요를 빨아들여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게 된다. 규모를 확장하고 난 후에 수익을 올리려고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도 발생한다. 지금도 혁신을 앞세운 플랫폼 기업의 갑질은 도를 넘어섰다.
유니콘 기업에 집중하는 혁신성장 정책이 성과를 낼수록 부작용이 커진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유니콘 기업 몇 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는 지양해야 한다. 전반적인 경제구조와 기업생태계를 개선하고 혁신성장의 활력을 불어넣어 정부가 주도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수많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