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저궤도 위성통신망과 디지털 전환

입력 2022-05-0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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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는 그들의 위성통신망 자원을 우크라이나에 집중하고, 5000대의 중계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과 기존의 인터넷망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고, 러시아군의 위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향후 군사통신망으로 활용되며 전쟁 양상을 바꿀 것이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에서 저궤도는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 LEO)를 줄인 말로, 지구 반지름의 3분의 1인 지상 2000㎞까지를 의미한다. 저궤도 위성은 지상 200~2000㎞에 위치하며, 저궤도의 특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무선통신은 일정한 통신 지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궤도 위성의 경우 다른 위성통신망에 비해 거리가 짧으므로 통신 지체시간이 짧다. 이론적으로 저궤도 위성통신망 지체시간은 평균 25ms(밀리세컨드)이며, 정지궤도 위성의 경우는 500ms에 달한다. 저궤도 위성은 비교적 좁은 범위의 무선통신을 감당함에 따라 정지궤도 위성 등에 비해 높은 통신 속도를 보인다. 스타링크의 경우 다운로드 속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나 2021년 말 평균 100Mbps(메가비트 퍼 세컨드)를 웃돈다. 우리나라 5G와 LTE 다운로드 속도가 각각 800Mbps, 150Mbps이니, 대략 LTE의 3분의 2 정도 속도를 낸다. 100Mbps의 속도면 2K 동영상을 부족하나마 볼 수 있다.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데 약간의 불편이 있을 수 있으나, 전자상거래와 모바일뱅킹 등을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저궤도 위성은 수명을 다해도 우주쓰레기로 남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저궤도는 완전한 진공이 아니다. 저궤도 위성이 공전 중 공기분자와 부딪히고 이는 위성의 공전 속도를 점차 느리게 한다. 초기 속도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저궤도 위성의 고도는 점차 낮아지고 결국엔 지상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다른 위성통신에 비해 장점이며, 지상의 무선통신과 비교하면 더 큰 장점이 있다.

LTE나 5G와 같은 무선통신은 지상에 기지국이 촘촘하게 설치되어야 한다. 사막, 해양 지역뿐만 아니라 산악 지역에 충분한 기지국을 설치하는 것은 비용상 효율적이지 않으며,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다. 기지국이 설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지진, 화재, 전쟁 등으로 인해 기지국이 파괴되는 경우 가장 시급한 시기에 무선통신과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 저궤도 위성 무선통신은 이에 대한 대안이 된다. 비교적 무선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5G 무선통신이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반기술이 될 수 있겠으나, 글로벌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본다면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기반 기술이 된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저개발국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소득과 여성의 교육률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이는 다시 출산율 하락을 가져올 것이다. 참고로 저개발국의 경우 여성의 교육률 상승과 출산율 저하는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안정적 저궤도 위성 무선인터넷망 구축으로 저개발국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다시 미국과 중국 등의 CBDC 사용 국가를 늘리게 될 것이다. 일부 국가의 경우 화폐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안정화된 다른 나라의 CBDC를 자국화폐보다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산악지대의 산불 감시 등을 위한 사물통신에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밀렵을 감시하는 수단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사막과 대양에서의 인터넷망 구축은 인간 거주 지역의 확대와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가장 주목해야 할 용도는 군사 분야이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이 군사 목적으로 발명되었다가 민간용으로 공개되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이와는 반대로 민간용으로 구축될 것이나, 군사용으로도 그 쓰임새가 확대될 것이다. 저궤도위성통신망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 스페이스X(SpaceX)의 스타링크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 4만2000대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군사용으로만 이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어렵다. 민간 수요가 있어야 프로젝트 비용을 감당하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저궤도 위성인터넷망이 완전히 구축되는 경우 군사용 무선통신 체계는 물론 무인전투기, 무인전투함 등의 운영 체제에 변화가 올 것이다.

GPS가 민간용으로 개방되었으나 전쟁이 발발한다면 통보 없이 언제든 닫힐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인도, 영연방, 일본과 우리나라 등은 독자적인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군사안보와 결합되면서 저궤도 공간은 붐비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파괴하기 위한 기술도 발달할 것이다. 이로 인해 우주쓰레기가 급증할 것이고, 우주산업의 발달을 지체하게 할 위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과 높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저개발국의 디지털 전환과 소득 상승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무선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저궤도 위성통신망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이는 역설을 낳는다. 미래 통신망 산업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산업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생명체와 기업이 급격한 환경 변화에선 살아남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우리나라가 그 사례에 속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로 일부 전문가는 애플은 지상 무선통신망이 지원되지 않는 지역에서 저궤도 위성통신망으로 통신을 할 수 있는 아이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때 우리나라 무선통신기업, 스마트폰 제조 관련 기업, 디지털 비즈니스기업은 어떻게 될까? 더구나 고개를 들어 국경과 대륙을 넘는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해야 하는 우리 기업은 어떤 전략과 대응방안을 내놓아야 할까?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기초한 미래전략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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