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에 처음
3~4일 FOMC서 ‘빅스텝’·월 950억 달러 양적긴축 전망
주택 구매력 약화·증시 하락 등 곳곳 경고등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년 6개월 만에 3%를 돌파했다. 3~4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채 투매가 가속화한 영향이다. 장기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급등해 수요가 실종되는 등 미국 경기 냉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3.008%까지 올라 2018년 1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를 웃돌았다.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면서 2.995%로 장을 마쳤으나 전 거래일의 2.885%보다는 11bp(bp=0.01%포인트) 올랐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초기 0.5%까지 내렸던 10년물 금리는 정부의 돈 풀기와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활동 회복 기대감에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초 1.7% 수준이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개월간 급속히 뛰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 연준이 ‘매파’로 태세를 전환하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수급 불일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쳐 공급망 혼란이 심화했다.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고 임금도 뛰었다. 연준은 3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8.5%로 1981년 이후 41년래 최고치를 찍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나서 이번 주 FOMC에서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월 950억 달러(약 120조 원) 자산매입 축소를 결정할 전망이다.
시장은 5월 이후 더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금리 선물시장은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2.75%를 넘어설 확률을 90%로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총 4회의 ‘빅스텝’이 실시돼야 한다. 한 번에 금리를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 실시로 국채 수급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장기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약 9조 달러로 부풀어 오른 연준의 보유 자산이 올해 6000억 달러, 2023년과 2024년은 각각 1조 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올해 들어 국채, 회사채, 지방채 가릴 것 없이 가격이 하락했다. 미 국채와 우량 회사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미국채권지수는 올해 들어 4월 29일까지 9.5% 하락했다.
통상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매입에 나서기 쉬워진다. 그러나 현재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억제하는 ‘환헤지 비용’도 오르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이 미 국채 매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다.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인한 경기 냉각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좌표’ 역할을 한다. 미 모기지 금리부터 학자금 대출 금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금리가 10년물 미국채를 따라 오르내린다.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돌파하면서 주택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4월 한 달 새 13%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바클레이스의 조나단 밀러 미국 담당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고용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한 경기후퇴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금리 정책 정상화를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효과가 물가 등 경제지표에 명확히 나타날 때까지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채권 투매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이 앞으로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