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 특혜 박탈
각종 사회 이슈에 기업 목소리 내야 압박 커져
정치권 보복 우려에 CEO들 고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디즈니가 플로리다 주에서 성교육 관련한 정치적 갈등에 피해자로 떠오르게 되면서 미국 기업 경영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달 22일 디즈니월드가 있는 리디크리크 특별지구 지정을 취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디즈니는 당장 내년 6월부터 50년간 누려왔던 이 지역에 대한 자치 권한과 각종 세제 혜택을 뺏기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플로리다 주의회가 지난 3월 제정한 ‘부모의 교육권법’이었다. 이 법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법 내용 때문에 일명 ‘동성애 언급 말라(Don’t Say Gay)’ 법으로도 불린다. 플로리다 주 정부와 의회는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다.
당초 디즈니는 해당 법 추진 과정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밥 체이펙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주 정부와 갈등에 놓이게 됐다. 체이펙 CEO는 기업의 영향력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겠다면서 선거 때마다 플로리다주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공화당이 디즈니만을 노린 법안으로 즉각 보복에 나선 것이다.
디즈니의 특혜 박탈을 보는 다른 기업 경영진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빌 조지 수석 연구원은 “최고경영자(CEO)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공적 이슈에 대해 언제 발언을 해야 하나’ 이다”라며 “한 CEO가 사회 문제에 발언은 해도 정치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은 이제까지 주주 이익에 주력하되 정치에 목소리 내는 것을 경계해왔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기업들이 정치와 사회 이슈에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이니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투표법,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사태,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기업들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압박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 변호사인 데이비드 버저는 “예전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대기업을 좋아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양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기업을 정쟁의 불씨(Political Football)로 활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즉 자기 입맛대로 비판과 압박을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만 대기업 옥죄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육류업체와 석유회사들이 가격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고 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그 나름의 위험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이펙 CEO도 당초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해당 법에 대해 특정 입장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으나 회사의 침묵에 대해 직원들이 단체로 항의하는 등 행동에 나서자 결국 입장을 내놓게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CEO들이 정치 지형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고문 인력을 두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조지 연구원은 “현재 CEO 대다수가 고객을 확보하거나 기업의 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형태로 자리에 올라섰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다뤄본 적이 없다”면서 “빨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