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도 우리 무역수지가 2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이후 올해 2월을 빼고 계속 마이너스다. 1월에 47억3000만 달러의 사상 최대 적자였다가 2월 8억9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지만 3월에 다시 1억2000만 달러 적자로 뒷걸음쳤고, 4월 그 폭이 커졌다. 벌써 올해 누적 적자가 66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추세적 무역적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서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 12.6% 증가한 576억9000만 달러, 수입은 18.6% 늘어난 603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이 가장 큰 적자요인이다. 4월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만 148억1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77억2000만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건 우리 무역의 가장 취약한 구조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곡물 등의 국제가격 상승에 대응할 방도도 없는 데다, 환율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로 안전자산 선호가 두드러지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28일 원·달러 환율은 1272.5원까지 올랐다. 환율 상승에 따른 우리 수출 증대 효과보다는 수입물가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더 크다.
무역수지 적자구조가 당분간 개선될 전망도 어둡다.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다.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악화하는 재정수지와 함께 ‘쌍둥이 적자’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쌍둥이 적자는 경제활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현 정부의 지속적인 확장 재정으로 재정수지는 4년 연속 마이너스 상태이고, 올해에만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70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거듭된 적자국채 발행에 국가채무가 1000조 원 이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50%를 넘는다.
무역수지 적자는 교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의 최대 위기신호다. 1997년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도 누적됐던 무역적자였다. 그나마 당시 위기를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재정의 뒷받침 덕분이었다. 그 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1.4%에 그쳐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공급망 교란이 가중하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뒷걸음치고 있다. 우리 교역과 경제환경도 갈수록 나빠진다.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호전될 전망은 어두워지고 재정건전성까지 악화일로다. 쌍둥이 적자는 우리 경제를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갈 우려가 크다. 거듭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고삐 풀린 돈풀기에 제동을 걸어 재정을 확충하지 않으면 위기에 대응할 여력을 잃고 나라경제가 악순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