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근처에서 놀지마.” KB증권이 5월 주식시장을 전망하며 내놓은 리포트의 제목이다. 여기에서 물가는 바다, 강 등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것이 아닌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뜻하는 물가(物價)를 의미한다. KB증권은 당분간 불안정한 물가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5월도 증시가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어져 온 ‘박스피’ 장세가 5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키움증권, 교보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한 5월 코스피 밴드는 2600~2800선으로, 다수 증권사는 코스피지수는 2700대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640~2840, 다올투자증권은 2560~2780, 삼성증권은 2600~2850을 코스피 밴드로 제시했다.
5월 최대 이슈는 당장 이번 주(5월 3~4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번 FOMC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6월부터 보유증권 만기분의 일부 회수를 통해 자산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FOMC까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제한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연준의 긴축 전망으로 금리인상 기대가 확대됐음에도, 기대 인플레이션은 꺾이기는커녕 더 상승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곤혹스럽더라도 과감하고 창의적인 긴축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당분간 고생하더라도 과감한 긴축이 필요하다”라며 “‘닥치고 긴축’이 아니라,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긴축’이 필요하다. 5월에도 질질 끈다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키움증권은 “5월 FOMC에서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발표하고,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정점 형성 기대와 중국 정부가 봉쇄 여파에 따른 부양 조치 등을 내놓는 과정 등이 뒤따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주식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4월보다 축소되며 박스권 등락은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성장 둔화와 물가급등도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0.5%p 떨어진 0.7%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 이어 4월에도 4% 선을 넘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각국 통화정책과 유동성 환경 변화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1270원대를 돌파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2020년 3월 19일 이후 처음이다. 그 결과 코스피는 2600선을 가까스로 지켜내며 단기 바닥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저점이 하반기에 240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코스피 밴드로 2500선 이하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는 2400~2850포인트 범위에서 하락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과거 미 장단기 금리 역전 후, 1년 내 증시 최대 하락폭은 대략 평균 11%로 나타나는데 이를 코스피에 적용 시 대략 2400포인트로 나타난다”라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의 재무 안전성,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 1분기 실적 상향 여부 등을 지켜보며 증시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업종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외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재무 안정성이 양호한 기업이 먼저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이 팔지 않고 사는 기업들도 투자매력이 높다”라며 “어닝시즌을 맞아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도 매크로 불확실성에 대한 저항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지배력 및 안정적 가격 전가력에 근거한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리스크 헤지와 잠복 실적 불확실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순환매와 종목장세가 형성될 전망”이라며 “코스닥(중소형) < 코스피(중대형) < MSCI 코리아(초대형) 순의 대대익선(大大益善)격 접근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