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확정기여형(CD) 퇴직연금인 401(k)플랜 계좌에서 비트코인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을 연말 안으로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자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주식과 채권,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전통 금융상품과 나란히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피델리티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자신의 연금 계좌에서 최대 20% 자금을 비트코인에 할당할 수 있다.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로는 첫 시도다. 피델리티는 도입 초기 투자 가능한 가상자산을 비트코인으로 한정하기로 하고, 이후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자산 가치는 기존 뮤추얼펀드처럼 매일 평가된다. 피델리티는 연금 투자자들을 위한 교육 자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최대 연금 운용사인 피델리티의 파격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자금이라는 특성상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피델리티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관련 자산은 약 2조9000억 달러(약 3660조 원)에 달한다. 전체 시장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피델리티가 제공하는 퇴직 연금 투자자는 2600만 명에 달한다. 즉 26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미 퇴직연금 담당 부처인 미국 노동부는 퇴직연금 운용에 가상자산 옵션을 추가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금 투자자들이 투기·변동성과 같은 상당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기업들도 이러한 옵션을 섣불리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 기업은 근로자 퇴직연금 수탁자로서 근로자들에게 제공할 401(k) 플랜을 선택하고 감독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상 이를 감독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이로 인한 근로자들의 투자 실수로 인해 자칫 기업들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또 비트코인을 퇴직연금 투자 선택지에 넣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고용주로서는 부담이다. CNBC에 따르면 기업은 퇴직연금 투자 선택지에 가상자산을 추가하기 전에 철저한 심사 과정을 거쳐 문서화해야 한다.
르네상스베네핏어드바이저스그룹의 설립자 엘렌 랜더는 “기업들은 퇴직연금을 지원하고 그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물론 근로자가 스스로 (옵션을) 결정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어떤 옵션을 제공할지에 대한 결정은 기업이 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