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시킨 민형배 이용해 8분 만에 전체회의 상정
국민의힘 '육탄 반발' 가운데 민주 단독처리
"합의해놓고 이중적" vs "위장탈당 절차 하자"
소수당 위한 안건조정위, 민주 10번째 강행처리 악용
필리버스터, 정의당 포섭해 중단 혹은 회기 쪼개 강제종료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들을 단독처리했다.
법사위는 전날 여야 합의가 결렬됐음에도 검수완박이 담긴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축조심사를 진행해왔지만, 이날 새벽 결국 민주당 단독처리하게 됐다. 이로써 본회의 의결만 남게 됐는데, 민주당이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에 이날 본회의 개회를 요구한 만큼 곧바로 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축조심사 도중 국민의힘이 심사 지연을 목적으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에 대비해 탈당시킨 민형배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 위원을 차지했고, 회의가 열린 지 불과 8분 만에 법안들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다.
곧바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반발하며 회의장 안팎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민주당은 단독 기립표결로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법사위가 산회한 뒤 여야 원내대표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양당 간사가 참여하고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박 의장 중재안을 합의하지 않았나. 합의한 게 있는지 조문을 살펴 합의한 것”이라며 “합의해 안건조정위에 들어가 본인들이 문안을 검토해 하나하나 표시까지 해 동의했는데 또 물리력으로 방해하는 이중적 모습을 어떻게 용납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여야는 지난 22일 부패·경제 수사권을 남기는 검수완박을 늦추는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전날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입김에 4개 수사권을 남기자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전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문제제기한 선거 범죄 수사권도 남기기로 했고, 이를 기반으로 법사위에서 축조심사를 해 여야 의견을 모아 보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절차적 하자를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사위 회의장 앞 항의농성에서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민 의원을 위장탈당시켜 편법이자 꼼수”라며 “그런 절차적 하자가 있는 안건조정위마저 제대로 개회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대체토론과 의사진행발언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처럼 안건조정위의 비교섭단체 몫 위원에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나 범여권 성향 의원을 앉혀 강행처리에 숱하게 이용해왔다. 이번 21대 국회만 해도 이번 검수완박 법안이 열 번째다. 이전에는 노동이사제법, 언론중재법, 구글갑질방지법, 국가교육위법,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 기업 3법, 특수고용직 3법,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강행처리에 이용한 바 있다. 소수당이 다수당에 대응할 수단으로 둔 안건조정위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강행처리하는 데 악용돼온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단독처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토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야 합의안을 올렸다는 명분으로 정의당을 설득해 중단 요건인 180석을 채우거나, 단기 회기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강제종료시키는 대응책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