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ㆍ사료 관련주들은 미국발 금리 쇼크에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곡물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인 ‘애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일사료는 이달 들어 242.31% 폭등했다.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돼 거래가 정지된 20일 하루를 제외하곤 15일부터 5거래일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고려산업(92.60%), 사조동아원(61.83%), 대한제당(59.52%), 크라운제과(35.71%), CJ제일제당(13.13%) 등도 코스피를 웃도는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내수 안정을 위해 팜유 수출 중단을 결정하면서 식용유 관련주인 샘표, 신송홀딩스 등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식품ㆍ사료 관련주로 꼽히는 이들 종목의 급등세는 세계의 곡창지대로 꼽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다. 수급 차질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원가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 마진 스프레드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가 인상에 따라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음식료 업종의 2~4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8% 하향 조정됐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태가 지속될 경우 곡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공산이 크다”며 “곡물 가격 상승은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곡물 가격 급등이 불러올 가파른 물가 상승도 문제다. 잡히지 않는 물가 상승세는 다시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앞당길 수 있어서다. 지난 주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언급한 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바 있다. 이날 코스피도 2660선까지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최근 국내 증시는 개별 종목의 호재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미국발 금리 쇼크가 코스피 전반의 하락세를 이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는데, 물가 불안으로 인해 긴축 정책은 오히려 강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