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당장 실현되지는 않는다. 부패·경제 수사권은 일단 검찰이 갖는다. ‘한국형 FBI’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해 자리를 잡으면 폐지키로 여야가 합의해서다. 이번 주 구성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중수청 설립 논의가 검수완박 실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다.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던 민주당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로 저지하려던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한 배경엔 중수청이라는 ‘동상이몽’의 접점이 있었다. 민주당은 중수청 입법만 마치면 검수완박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국민의힘은 중수청을 통해 검수완박을 저지하거나 완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접근법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장 여야 합의안(검찰 수사권 일부 폐지가 담긴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사개특위 구성안)을 오는 28일이나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부터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수청 입법은 6개월 내, 출범은 1년 내를 목표로 시간표를 짰지만 합의문 5항에는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면서도 2항에선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수준에 이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고 돼 있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본회의에 올리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 심의부터 검수완박 시점을 놓고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야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여야 각기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다.
먼저 민주당에선 당원 등 지지자들이 24일 박병석 의장에게 항의하는 18원 후원 인증글과 비판을 당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검수완박 강행처리를 위해 탈당까지 감행했던 민형배 의원도 ‘박 의장의 입법권 전유’라고 공개비판했다. 검수완박을 주도한 강경 초선 모임 처럼회의 황운하 의원은 검수완박이 결국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국민 사기극’이 될 거라는 경고까지 내놨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서 ‘헌법 수호’를 언급하자 “약속 파기를 위한 밑자락”이냐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비슷하다. 당장 이준석 대표는 “검수완박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25일 최고위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제동을 걸었다. 당원 등 지지자들도 당 게시판 등에 중재안 합의를 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비판을 쏟아냈고 권 원내대표는 “어쩔 수 없었다”며 두 차례나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부정부패 대응 등에 대한 문제점들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입장문을 냈고, 24일에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수사권에서 선거를 배제한 것에 대해 ‘이해상충’이라 비판했다.
이 같은 여야 내부 압박에 박 의장 중재안 심의부터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내부 반발에 못 이겨 재협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중재안대로 갈지, 다시 민주당 입법독주로 돌아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개특위를 어떻게든 출범하더라도 합의대로 1년 내 중수청을 출범시킬지도 장담할 수 없다. 사개특위에서 중수청법을 만들면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을 공산이 크다. 중수청법을 막아서면 검수완박은 장기 표류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