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일상회복이 시작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18일부터 모두 해제되죠. (마스크 착용 여부는 2주 후 재논의) 첫 확진자 발생 2020년 1월 20일 후 2년 3개월여 만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른 단계적 시행입니다. 코로나 이전 일상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죠. 반면 “코로나는 진행형, 걱정”이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돌아보면 ‘아쉬움’, ‘분노’, ‘슬픔’, ‘감동’, ‘헌신’ 등이 스쳐 갑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거야-It’s going to start getting normal again” 감염병을 소재로 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2011년도 영화 ‘컨테이젼’ 대사입니다. “내 삶의 144일이 날아간다”라며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불만 어린 딸에게 맷 데이먼(토마스 엠호프 역)이 건넨 말입니다.
일상회복 시작점에서 10여 년 전 영화 ‘컨테이젼’을 소환했습니다.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기자의 주관적인)을 현실에 비춰보고 “우리가 돌아갈 일상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넷플릭스(사진 출처)에서 재생 버튼 누르기. 한 줄 평은 “감독, 시나리오 작가, 배우 모두 감염병에 진심이었다” 객관적 의과학에 근거한 감염병 상황을 사실적으로 담은 몰입감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영화를 아직 못 보셨다면 ‘스포일러’가 있다는 점 참고하셔야 합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발표 기준 정확한 기원 규명은 진행 중입니다) 당시 원인불명 폐렴 환자와 사망자가 이어지며 집단 폐렴으로 알려졌죠. 그해 크리스마스에 홍콩을 여행 중이던 후배 기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선배 원인불명 폐렴 이런 말 나오는데, 심상치 않은데요.”
국내에도 우한폐렴, 원인불상 폐렴 등으로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후배는 2020년 새해 첫 출근일부터 취재에 나섰습니다. 보름 조금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했죠. 중국 정부는 사스와 다른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발표했고, WHO는 2월 11일 COVID-19(SARS-CoV-2)로 명명합니다. 그렇게 시작해 2년 3개월 후 현재(4월 16일 기준 존스홉킨스대학 전 세계 코로나19 발생현황)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5억350만 명, 사망자 약 620만 명에 달합니다. 중요한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영화에서는 첫 감염자 기네스 팰트로(베스 엠호프) 사망 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가 시작됩니다. Day4에서 Day6까지 초반에 수막염, 뇌염 등으로 의심되죠. 베스의 혈액샘플을 분석한 후 CDC 제니퍼 엘(엘리 헥스톨 박사)과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추정) 연구자 엘리어트 굴드(이안 서스만 박사)는 통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특징(chimerical)의 바이러스”라고 표현합니다.
Day7~Day12(초반부 등장하는 도시별 인구수, 첫 감염 발생 후 날짜는 긴장감을 높입니다). 헥스톨 박사와 CDC 로렌스 피시번(엘리스 치버 박사)은 분석을 통해 박쥐에 돼지 바이러스가 더해졌고, 감염률 2배 치명률은 무려 20%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한편, 서스만 박사는 CDC의 바이러스 폐기 명령을 어기고 3등급 실험실에서 배양에 성공합니다. Day12 ‘MEV-1’이라는 공식 이름이 등장합니다. 영화 말미 환경파괴를 상징하는 벌목(에임엘더슨社가 포인트)과 박쥐→돼지→도축업자→요리사→베스로 이어지는 정확한 감염경로를 보여줍니다. MEV-1과 COVID-19와의 가장 큰 차이죠.
빠르게 확산하는 감염병을 막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집니다. CDC 역학조사관 케이트 윈슬릿(에린 미어스 박사), WHO 조사관 마리옹 꼬띠아르(리어노러 오랑테스 박사), CDC의 치버, 헥스톨 그리고 서스만 박사를 통해 영화는 감염병 위협에 맞서는 이들의 노력을 기록합니다. Day6 현장조사에 나서며 사망자와 감염경로 조사, 접촉자 추적 및 격리, 대규모 격리시설 설치 등 영화 속 미어스 박사의 발걸음은 코로나19 시대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았습니다. Day14 기침으로 잠을 깬 미어스는 온도 측정 후 “안돼”라며 메모를 시작하죠. 자신과 접촉한 이들의 명단을 요청하고, 치버에게 후임자를 보내라며 “일을 못 끝내서 죄송해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Day18 비닐에 싸여 죽은 미어스의 얼굴과 사망자 매장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현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우리의 모습을 예언했던 것일까요?
Day21~Day29. 바이러스 배양 성공 후에도 백신 개발 속도는 늦습니다. 실패가 이어지던 중 57번이 성공 가능성을 보입니다. CDC의 핵스톨은 자신에게 임상시험용으로 주사하고 그렇게 백신 개발이 시작됩니다. (영화이니까) 백신이 개발됐지만 “문제는 누가 먼저 수혜를 볼 것인가?”입니다. 백신 추첨이 이어지고 접종을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의 영화 속 장면은 코로나 시대를 지난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일부만 보여졌지만 우리는 코로나 시대 보건, 방역, 의료 관계자들의 쉼 없는 헌신을 알고 있습니다. 취재차 만났던 의료진들은 “오로지 국민의 생명을 생각하며 감염병을 보고 나아가는 것”이라는 말들을 전했습니다. 감염병 위기 속 묵묵히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사투를 펼쳐왔던 이들의 노력, 헌신은 존중과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덕분에’ 캠페인으로 응원에 함께했던 이유였습니다.
“이게 왜 무슨 전염병인가?” “섣불리 발표해선 안 돼” “테러범이 자기 몸에 바이러스를 넣었을 수도”. Day14 “대통령은 지하벙커로 의회는 인터넷으로, 시카고는 봉쇄” 감염병 지식이 없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영화 속 대사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무지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몸소 겪어야 했죠.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감염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방역대책을 무시했습니다. “왜 마스크 쓰냐”라고도 했죠. 결과는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급증이었습니다. 영화의 현실 싱크로율 100%입니다.
거짓과 혐오, 폭력도 등장합니다. 밉상(?) 캐릭터로 등장하는 블로거 주드 로(앨런 크럼위드 역)는 음모론을 주도합니다. 방역과 백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키우고, 자신은 개나리꽃 추출액으로 치료됐다며 돈을 벌기도 합니다. 영화는 개나리꽃 추출액을 사려던 이들이 폭동, 텅 빈 마트 진열장과 불타는 집, 폭력, 총기 강도 등을 보여줍니다.
지난 2년 우리는 달랐을까요? 다양한 음모론과 거짓 정보가 난무했고, ‘대구 봉쇄 탱크 이동’이라는 초유(?)의 헛소문도 있었죠. 구충제와 말라리아 치료제의 코로나 치료 효과 논란에 이어 끓인 고춧대의 코로나 치료 효과 등 허위정보도 등장했습니다. 영화 속 폭동과 시위, 약탈은 현실이었습니다. 특히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와 현실 속 의료진, 방역전문가들은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갑니다. “늑장대응으로 생명을 잃는 것보다 과잉대응으로 비난 받는 게 낫다” “현재 최선의 예방은 사회적 거리두기, 악수하지 말기, 손 씻기, 아프면 집에 있기” 등 2011년 영화 속 대사는 2022년 코로나19 시대를 겪는 현재도 유효합니다.
토마스가 집으로 딸의 남자친구를 초대해 졸업 댄스파티를 열어주며 영화는 끝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일상회복을 시작하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2020년 출간된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팬데믹이 되려면’에서 조너선 퀵 듀크대 국제보건대학원 교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라”라며 “가족이나 근무계획이 사라졌을 때 느낌을, 아픈 사람과 죽은 사람을, 잃어버린 것을, 그리고 이렇게까지는 안 돼야 했던 것을 기억하세요”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일상회복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한 의료진은 기자에게 “지나갈 일이지만 감당은 의료진의 몫”이라며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환자와 국민 곁을 지켰고, 앞으로도 함께할 의료진과 방역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