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곡성이란 지명은 굽이굽이 굽어진 산맥과 하천의 흐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이르러 동네 길이 너무 험하여 장사꾼들이 곡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곡(哭)’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좋은 의미의 한자로 바꾸기 위해 곡식의 ‘곡(穀)’ 자를 쓰기도 했으나 나라에서 이름 때문에 조세를 지나치게 많이 부과한다는 주민 여론에 의해 다시 ‘곡(谷)’성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걱정이 무색지 않았을 만큼 과거 곡성은 섬진강의 비옥한 평야를 품은 곡창지대였다. 하지만 쌀보다 더 유명한 것이 바로 금빛으로 반짝이던 섬진강 모래였다. 섬진강 모래는 입자가 고르고 잡물질이 섞이지 않은 귀한 상품으로 황금같이 여겨졌다고 한다. 이처럼 옛 곡성역은 일제강점기부터 폐역이 되기까지 66년간 전국으로 섬진강 모래를 실어 나르던 역으로 일제강점기 수탈과 근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미 문을 닫은 역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다음 역이 있다면 어떨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마법 같은 공간이 있다. 바로 가정역이다. 가정역은 기차마을 구 곡성역을 떠나 13㎞를 달려온 증기기관차, 침곡역을 출발하여 5.2㎞를 달려온 레일바이크의 종착역이다. 통나무집을 연상케 하는 모습의 가정역은 원래 전라선 철도에는 없었던 역으로 순수히 관광을 위해 지어진 역이다.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가 울리기 전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섬진강변과 그 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그리고 두계세월교를 걸으며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그중에서도 심청한옥마을은 심청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옛이야기가 전해오며 곡성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문화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1999년 곡성역과 압록역 구간의 복선화 이설로 생겨난 폐철도. 이제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그 철도는 오늘도 열심히 제 할 일을 해나가고 있다. 버려질 뻔한 철도와 역사를 곡성군이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여 기차테마공원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옛 전라선 17.9㎞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연간 150만 명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로 거듭나며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철도 위를 달리는 옛 기차. 그리고 오랜 향수에 젖은 손님들과 증기기관차를 처음 보는 또 다른 손님들. 그리고 2009년 기차마을 안에 조성된 1004 장미공원은 곡성 테마공원의 또 다른 성공을 이루어낸다. 약 4만㎡에 조성된 장미공원에는 그 이름처럼 1004종의 장미가 심어졌으며, 국내 단일 장미원 최다 품종으로 세계장미축제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의 공간으로 탄생하였다.
자료=국가철도공단 ‘한국의 철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