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때 이른 더위·잦은 산불, 모두 기후변화 때문?

입력 2022-04-13 17:02 수정 2022-04-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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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0일 경남 함양군 백전면 50리 벚꽃길을 찾은 상춘객이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경남 함양군 백전면 50리 벚꽃길을 찾은 상춘객이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길’인 여의도 윤중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방됐습니다. 수십만 명의 상춘객이 윤중로를 찾아 간만의 봄꽃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영등포구는 이달 8일부터 18일까지 보행로를 개방하기로 했는데요. 13일 찾은 윤중로는 이미 벚꽃이 많이 진 모습입니다.

예년보다 봄꽃이 빨리 진 것 같다고요? 기분 탓이 아닙니다. 실제로 올해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4일로 평년(4월 8일)에 비해 4일 빨랐습니다. 지난해 서울 벚꽃은 3월 24일에 개화해 관측을 시작한 1922년 이래 100년 만에 가장 빨리 꽃을 피웠습니다. 벚꽃이 점점 더 빨리 피고, 지고 있는 것이죠.

기상청은 21세기 후반이 되면 2월에 벚꽃을 볼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지난달 17일 기상청은 ‘국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개화일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금세기 말 벚꽃 개화일은 대구가 현재보다 30일로 가장 많이 당겨지고(2월 27일 개화), 서울 27일, 부산 24일 각각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말이죠. 만약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늘어난다면 개화일은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때 이른 더위... 전 세계 기상이변

▲(연합뉴스/AFP) 11일 필리핀 중부와 남부에서 열대저기압으로 인한 폭우로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연합뉴스/AFP) 11일 필리핀 중부와 남부에서 열대저기압으로 인한 폭우로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7.7도로 평년보다 1.6도 높았습니다. 전국 단위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2021년(8.7도), 2018년(7.9도)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따뜻한 3월이었습니다.

고온현상은 4월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1일 강원 강릉의 낮 최고기온은 31.3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911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4월 초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습니다. 4월에 이미 초여름 날씨가 찾아온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고온현상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고온현상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수년 폭우, 폭염, 태풍, 가뭄 등의 재난재해가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캐나다 서부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500명이 사망했고, 비슷한 시기 중국 허난성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3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0월 기후 관련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85%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가뭄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 지역과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잦은 산불도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뉴시스) 지난 달 6일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달 6일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해 213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산불 피해 면적은 2만707ha에 이릅니다.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최근 산불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산불 발생 빈도는 1990년대 연평균 104일에서 2020년대 171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서울 면적의 6배 이상을 태웠습니다. 진화에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같은 달 터키와 시베리아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전 세계의 산불이 빈번해지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2월 유엔환경계획(UNEF)은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는 낮아지면서 산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14%, 2050년에는 3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강원지방기상청이 8일 발표한 ‘강원영동의 기상환경과 대형산불 발생 가능성과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울진·삼척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지역의 봄철 상대습도는 1990년대 62.8%에서 2010년대 58.1%로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봄철 평균기온이 9.9도에서 11.0도로 높아진 것이 영향을 줬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가 건조해지며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 늦추려면? “온실가스 배출 줄여야”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를 늦출 방법은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월 공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며 “탄소중립이 지구온난화를 안정화하기 위한 유일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중립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전 세계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했습니다. 한국 역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며 동참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배출량 0’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단순히 꽃놀이 기간을 앞당기는 것을 넘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탄소중립 이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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