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 원으로 지난 2월 말보다 1조 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00억 원), 올해 1월(-5000억 원), 2월(-2000억 원) 이어 4개월째 감소세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넉 달 내리 줄어든 것은 한은이 2004년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또 통계 작성 이후 3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이전 최소치는 2012년 3월(-6000억 원)이었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정부 및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 지속, 대출금리 상승, 주택시장 부진 등의 영향이 이어지며 신용대출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그간 가계대출 증가 둔화 지속으로 3월 들어 가산금리 인하, 한도 증액 등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실제 대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중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기타대출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기타대출은 3조1000억 원 줄며, 전월(-2조 원)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금액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2조1000억 원 늘며 전월(+1조7000억 원)보다 증가규모가 소폭 확대됐다. 한은은 주택매매거래 둔화에도 전세 및 집단 대출 관련 자금 수요 지속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2조1000억 원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은 1조2000억 원을 차지했다.
3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8조6000억 원 증가했다. 3월 기준으로 2009년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연장, 시설자금 수요 등과 은행의 기업대출 취급 노력이 맞물리며 증가 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
대기업 대출은 운전자금 대출이 감소했으나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 9000억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7조7000억 원 늘어나며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두 번째 기록을 썼다. 한은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연장된 가운데 시설자금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면서 증가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회사채는 신용스프레드 확대 등으로 발행 및 투자 수요 모두 둔화하면서 순상환 전환됐다. CP·단기사채는 우량물을 중심으로 순발행 규모가 상당폭 축소됐다.
3월 중 은행 수신은 8조 원이 늘어나며, 전월보다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 배당금 지급 등을 위한 기업자금 유입 등으로 수시입출식예금은 16조3000억 원 늘었다. 반면 정기예금은 기업 및 가계 자금의 유입에도 기타금융기관 자금이 유출되면서 3조6000억 원이 줄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4조3000억 원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분기 말 정부의 재정집행, 은행의 BIS비율 제고를 위한 자금 유출 등으로 1조2000억 원 감소했다. 채권형 펀드(-2조1000억 원) 역시 줄었고, 기타 펀드(+5조9000억 원) 및 주식형펀드(+1조8000억 원)는 증가했다.
한은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북미지역 펀드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