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글로벌 혁신] 경험 중심 디자인 혁신

입력 2022-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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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어찌 보면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사용경험’이라 하겠다. 흔하게 사용하는 표현으로 “유저는 정확한 반경 2㎝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벽에 정확한 반경 2㎝ 구멍을 원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모양과 어떤 기술로 어떻게 혁신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유저가 필요 없는 또는 유저가 원하는 경험에 오히려 반하는 디자인과 서비스 기능에 집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급속한 기술 발달은 기능적인 면으로 소비자가 잘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점점 복잡해지는 기능들은 소비자의 결정을 점점 홀리스틱(Holistic)한 형태로 끌고 간다. 즉, 나는 이것이 화소가 더 높아서, 가벼워서, 커서, 이 기능과 모양 때문에 선택한다기보다는, “뭔지도 모르겠고 뭔지 굳이 알고 싶지 않지만, 이게 더 좋네”라는 평가로 결정하도록 만든다. 인간은 차별적 인지를 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크지 않고, 인지를 위해 써야 하는 에너지를 되도록 줄이며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결정 성향이 점점 더 홀리스틱해진다는 것은 기능 중심 혁신상품 개발로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을 어렵게 하며, 이에 유저가 인지하고 느끼는 총괄적 경험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의 중요성을 높인다. 홀리스틱한 경험은 말 그대로 여러 사용경험의 총괄인 만큼, 이제는 더 이상 혁신상품 개발이 아니라 총체적 혁신경험 시스템을 만들어 제시하여야 차별성과 경쟁우위성을 가질 수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큰 영향을 받은 우리 소비환경과 달라진 정보교환 방법, 넓어진 커뮤니티 등은 많은 비즈니스에 있어서 소비자 경험에 대한 디지털 전략에 주력하게 만들었다. 이제 점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우려가 컨트롤 되어가는 상황, 이로 인해 다시 변화될 우리의 소비상황과 행동반경은 다시 한번 이제까지의 전략을 고찰하며 수정해야 할 요구를 높이고 있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너무 기울면 그 반향도 크듯이, 전 세계가 오랜 기간의 접촉 제약으로 눌린 사회 욕구와 동적활동의 제한,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져 커진 외로움 등이 튀어나오며, 이런 니즈를 브랜드가 앞으로 어떻게 맞춰 나가야 하는지의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지난 2년간 디지털로 대부분의 소비가 진행되며 수많은 소비 데이터가 모여졌고, 진화된 인공지능 등 여러 데이터 분석 기술도 크게 발달한 상황이라, 많은 정보가 효율적으로 이해와 패턴을 만들어내고는 있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들은 과거 행동을 그려내는 데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미래 패턴 방향을 제시하는 데는 모자라는 점이 있다. 특히 행동 패턴 변화가 보통보다 클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지난 행동 패턴으로 투시할 수 있는 미래 방향의 효용성이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인간의 행동은 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큰 새로운 욕구와 변화가 있다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전 소비 행동과 반경을 바로 버리고 넘어가기보다는, 소비 변화의 연결성을 보이며 흘러가는 성향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 혁신이 가져온 편리성 중심 선택을 코로나가 끝난다 해도 완전히 버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이해는, 어떤 행동들이 변화가 쉽고 어떤 행동들이 지속될지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이해를 가지고 소비자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ping)를 그려나가야, 코로나 이후 중요한 소비 경험을 제시하고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변치 않는 소비 패턴 하나를 필자에게 꼽으라 한다면, 소비자의 모바일 의존도라 하겠다. 특히 행동반경이 넓어지며 활동 요구가 많아지면, 점점 더 소비자는 몸에 붙여 다닐 수 있는 모바일을 통한 정보 습득과 의지가 높아진다. 의존도는 높아지지만, 신체적 활동 반경과 요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모바일을 실제 사용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겠다. 이런 상황은 모바일 경험이 점점 하이퍼-퍼스널라이제이션(hyper-personalization), 즉 극도의 개인화된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여기서 하이퍼-퍼스널라이제이션이 모든 것을 개인에 최적화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별로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은 전략이다. 여기서도 주요 포인트는 어떤 경험이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가장 극대화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는 유저의 라이프 패턴과 같이 분석되어야 하며 소비 상황과 연결되어야 한다.

다시 이전 예로 돌아가자면, 사회의 정상화로 소비자가 디지털이 아닌 실제 공간에서의 소비가 더 많아진다면, 이런 상황에 어떤 모바일 서비스가 하이퍼-퍼스널라이제이션이 되어야 실제 상품과 사람이 마주하는 공간에서의 소비의 시작이 마무리까지 무리 없이 진행되는지(seamless experience)를 알아내는 것이 주요 쟁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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