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추락에 日 주식 순매도 39개월 만에 최저…돈 묶인 국내 투자자들

입력 2022-04-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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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시장 매도 규모가 3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매도 차익이 크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엔화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일평균 204만 달러치 팔았다. 이는 2019년 1월(92만 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1분기(△1월 257만 달러 △2월 318만 달러 △3월 298만 달러)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290만 달러씩 매도했는데, 최근 2/3 규모로 줄어든 것이다.

매도 규모는 줄었지만 매수 규모는 이를 쫓아가지 못했다. 이달 일평균 매수 규모는 298만 달러로, 2019년 1월(155만 달러)보다 약 2배 많지만, 매도 규모는 2배 적다. 최근 추이도 마찬가지다. 1월에서 4월 매수 금액은 270만 달러에서 299만 달러로 늘었지만 매도 금액은 318만 달러에서 204만 달러로 줄었다. 즉 국내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일본 주식을 많이 샀지만 팔진 않은 것이다.

이는 엔저 현상 탓으로 풀이된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일본 주식시장에서 매도 차익을 보더라도 이를 원화로 환전할 경우 수익률을 그대로 뱉어내야 한다. 현재 투자자에겐 주식을 매도할 요인이 없는 셈이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1.34원으로 지난달 3년 만에 1000원 선이 깨진 후 하락세다. 달러/엔 환율도 마찬가지다. 11일(현재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25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며, 엔화 가치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엔화가 추락하는 이유는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탓이다. 장기적인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의 현재 금리는 -0.1%다. 이와 반대로 지난달 미국은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다. 또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까지 시사한 상태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는 더 벌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엔화를 사기보다 이자를 더 주는 해외 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매도세는 강해진다.

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로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국제 원자잿값 급등까지 겹치면서 닛케이 지수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현재 2만6000대 중반인 닛케이225지수가 2만2000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투자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3일 2000~2019년, 2010~2019년 중 엔화 약세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 엔화 약세 요인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해 당분간 엔저 현상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밝혔다.

증권가 전망도 밝지 않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반대인 통화정책,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 등) 엔화의 약세 배경 요인은 단기적으로 2분기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엔 환율은 135~140엔까지 추가 약세는 가능하다”고 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도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 지위는 약화되고 있음이 환율 움직임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원화와 비교했을 때 (엔화의) 투자 매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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