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김 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 개최, '검수완박 논의 이뤄질 듯'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검찰청 간부가 공개 반대 의사를 밝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추진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 소속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맞바꿔 사보임 했다. 이는 검수완박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권 과장은 “사보임은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된 사례가 있다”며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수사청 설치인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권 과장은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도 다수당이 마음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며 “이 법안과 심의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구성원 모두 관심을 갖고 저희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권 과장의 글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은 “형사사법체계를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하루아침에 갈아엎는다는 자체가 무섭다”, “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 질서 파괴행위”라고 지지를 보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이날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한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지만 소극적인 의사 표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김 총장의 의사 표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새 정부 출범을 1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코로나와 물가 폭등,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유가와 물류 대란 등 국민의 시름을 깊게 하는 사안이 즐비한 상태에서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어렵게 함으로써 범죄자가 자유로이 활보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제정이 그리 시급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썼다.
한편 대검은 이날 오후 김 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