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호주·인도네시아 이어 세계 3위 석탄 수출국
석유 수입 금지도 검토...러시아산 비중 26%
한국 ‘시멘트 대란’ 심화·에너지 가격 상승 등 직면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간 40억 유로(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4차에 걸쳐 대러 제재를 쏟아낸 데 이은 추가 조치다. 특히 그동안 신중하게 접근해온 에너지를 겨냥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자 러시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번 조치는 EU 27개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러시아의 만행이 드러난 이후 에너지 제재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 수입 금지를 지지한다고 했고 독일도 석탄 금지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승인이 나면 EU 차원의 첫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가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석탄 수출국이었다. 유럽은 러시아 석탄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유럽은 총 수요량의 절반 이상인 5700만 톤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그만큼 유럽의 금수 조치로 러시아 경제가 받는 타격도 클 전망이다.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분야다. 에너지 수출로만 연간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글로벌 석탄 가격은 공급 부족과 중국 수요 증가로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유럽의 러시아산 수입 금지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유럽 석탄 가격 벤치마크인 로테르담 석탄 선물 가격은 톤당 25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295달러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 15%, 올 들어서는 두 배 뛰었다.
석유화학시장 정보 제공기업 ICIS의 EU 전력 및 탄소 부문 수석 분석가 매튜 존스는 “유럽의 석탄 수입 금지로 가뜩이나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며 “대체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노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가능성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석유를 포함해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유럽의 총 석유 소비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한 비중은 26%였다.
관건은 일일 러시아 석유 공급량인 500만 배럴을 어떻게 메우느냐다. 미국은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씩 총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다고 밝혔다. IEA도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러시아산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천연가스 수입 중단 가능성은 아직 낮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EU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천연가스는 약 1억1400만 톤으로 연간 소비량의 40%에 해당한다.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을 연말까지 66% 줄인다고 공표했다.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3700만 톤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1100만 톤 규모의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EU가 추가로 천연가스를 제재할 경우 LNG 조달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LNG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조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원래 LNG 세계 수입량의 70%를 아시아가 차지했다.
EU 추가 제재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면 유럽과 석탄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촉발된 ‘시멘트 대란’이 심화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 국내 시멘트 업계가 수입한 유연탄의 75%가 러시아산이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LNG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할 물량을 유럽이 가져가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