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자살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가 ‘우울 공화국’이란 이름 하나를 더 얻게 생겼다. 자살과 우울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 뭐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살률도 높아질 가능성을 암시하기에 자살예방사업 담당자로서는 암울한 소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우울증 유병률이 36.8%로 역시나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이는 국민 10명 중 4명이 우울증 또는 우울감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4명 중 1명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한 명이 ‘나’일 수도 있다. 물론 ‘너’도 그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우울증 환자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지만, 우울증 치료에 대한 인식은 매우 저조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외국의 20분의 1로 세계 최저라고 한다. 실제 병원을 찾아 도움을 구하는 비율이 10%에 불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사람들은 우울증 치료를 꺼리는 것일까? 우울감이나 우울증은 정신이 나약하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정신과=정신병’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 탓이다. 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누구나 겪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감정쯤으로 가볍게 여기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거나, 과거 정신과에서 정신병 환자를 위주로 진료하던 시절을 연상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편견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을 표현하기보다는 감추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증상들을 끌어안고 살면서 견디려고 한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도 취업 등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과 치료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정신과에 대한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이들에게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우울한 감정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면 정신건강을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아직은 거절하는 이들이 더 많다.
우울증은 이미 우리에게 국민질병으로 떠올랐다.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80~90%는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단순히 병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심각하면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라는 사실, 명심하길 바란다.
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