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4억 유로 지원책 내놔
유로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4.5% 전망
신흥국, 올해 7조 달러 채무 재융자 직면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치솟은 식품·연료 가격에 삶이 팍팍해진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지난달 중순 그리스 농부들은 아테네의 농업부까지 트랙터를 몰고 와 지원책을 요구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는 트럭 시위대가 식품 운송을 방해했다. 스페인에서도 트럭 기사들의 시위로 식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유럽 지역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생계 유지가 버거워진 사람들이 항의에 나선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5%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각국 정부는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지원책을 쏟아냈다. 프랑스는 지난달 중순 4억 유로(약 5300억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트럭 시위대에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스페인도 5억 유로를 풀겠다고 했지만 시위자들은 부족하다며 퇴짜를 놨다. 독일은 현금을 나눠주고 대중교통 요금을 대폭 할인하며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정부가 곳간을 털어 지원에 나서면서 나라 빚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대폭 확대되면서 재정 건전성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로존 국가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4.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신흥국은 고갈되기 쉬운 국고도 부담이다. 신흥국들은 올해 7조 달러의 채무를 재융자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5조5000억 달러에서 약 27% 늘어난 것이다.
정부 부채 위기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조금을 다시 풀고 있다. 잠비아는 옥수수 농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료 보조금을 확대했다. 대외 채무를 억제하려는 노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요르크 크레머 독일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조금이 단기적으로 소비자 심리를 부양할 수 있지만 경제의 건전한 조정을 막는다”며 “소비자와 기업이 경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경우 과거보다 재정 건전성이 좋고 해외 자본 의존도가 낮아 인플레이션 압력에 버틸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