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장애인 노동자, 예술인 및 프리랜서 등이 그들이다.
지난달 후마니타스에서 출간된 ‘숨을 참다’는 이른바 ‘불안정 노동자’들의 팬데믹 재난 생존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와 직장갑질119의 기획으로 모인 15인의 저자들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열악한 일터를 추적하며 국가와 기업이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밝힌다.
정창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익위원회 간사는 발달장애인 노동자 은호 씨의 일터를 추적한다. 그는 장애인 훈련 기관인 보호작업장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정 간사를 만난 은호 씨는 본인이 ‘일 잘하는 사람’임을 누차 강조하며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정 간사는 “은호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의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은호 씨의 월급은 사실 몇 년째, 40만 원이 아니라 22만 원이었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코로나 재난 상황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불법이 아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이상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정 간사는 “이렇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 9000여 명의 평균 월급이 2020년 기준으로 37만 원 수준이고 보호작업장 노동자 중 월급으로 10만 원을 받는 이들도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노동환경이 열악한 건 장애인뿐만 아니라 예술인도 마찬가지. ‘불편한 온도’ 등 노동권을 다룬 소설로 유명한 하명희 작가는 예술인들의 노동권에 관해 얘기한다.
하 작가는 “정부가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2020년 12월 10일부터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제 예술인들은 실업급여와 출산 전후 휴가 급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용 문화·예술 용역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월평균 50만 원 이상의 소득 제한과 9개월의 고용보험 가입 기간을 산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책은 불안정 노동자 실태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일터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도 전망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고용상 지위나 계약의 형태와 무관하게 일하는 시민은 기본권으로서 노동의 권리를 동일하게 부여받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보장을 위한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나 아프면 쉴 권리 같은 ‘상병수당’, ‘유급병가’와 같은 사회적 보호가 제도화돼야 한다”며 “일터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안전과 기술 변화, 평생 학습, 정의로운 전환과 같은 노동문제들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